“채상병 초동조사 외압 폭로”…박정훈, 특검 출석해 위증 수사 촉구
채상병 사망 사건 초동조사 과정에서 불거진 상부의 외압 의혹을 둘러싸고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31일 순직해병특검에 출석하면서 특검 수사 국면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박 대령 측은 항명 혐의 수사 당시 일부 증인들의 위증 가능성을 거론하며 강도 높은 진상 규명을 공식 요구했고, 같은 날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은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이날 오후 1시 25분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소환은 지난 16일 참고인 조사에 이은 두 번째 출석이다. 그는 대리인단을 통해 “조사 과정에서 모해 위증에 대한 수사를 촉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대령의 법률대리인은 “박 대령이 항명 혐의로 조사받던 시기 일부 증인들의 허위 진술 정황이 드러났고, 객관적 증거도 일부 확보됐다”며 “박 대령을 해할 목적으로 위증한 이들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박정훈 대령은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2023년 7월 채상병 순직 사건의 초동 조사를 이끌었고, 당시 윗선에 의한 부당한 수사 압력을 사회적으로 처음 고발한 당사자다. 이후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직후 군 수뇌부의 예기치 않은 사건 이첩 보류 지시가 내려졌고, 박 대령은 이를 외압으로 판단해 기록을 경찰에 이첩하며 항명 논란에 휘말렸다. 재판에서 1심 무죄를 선고받은 뒤 특검의 항소 포기로 무죄가 확정됐으며, 이후 해병대 수사단장 및 군사경찰 병과장 보직에 복직한 상태다.
정민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특검은 이미 군 관계자 참고인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며 “박 대령의 당시 입장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어 두 번째 소환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대령이 자신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서를 작성한 군 검사를 형사고소한 정황에 대해서도 특검 측이 입장을 청취할 계획임을 밝혔다.
한편 같은 날 오전 9시 20분께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특검에 출석했다. 이 전 비서관은 채상병 사건 초동조사 기록이 경찰에 이첩되는 과정에서 기록 회수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해병대 수사단에서 경찰로 이첩된 자료를 둘러싸고 국방부 및 대통령실라인 인사들과 긴밀하게 통화, 문자 소통을 해온 사실도 기록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시원 전 비서관은 취재진 질문에 별다른 언급 없이 “성실하게 조사에 응하겠다”고 짧게 답하고 조사실로 향했다. 그가 경찰 이첩 기록 회수에 실제 관여했는지, 이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가 특검의 집중 조사를 받고 있다. 당시 대통령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박모 총경이 참고인 조사에서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힌 점 역시 주목받는다.
특검은 대통령실이 경찰 기록 회수 과정에서 실질적 역할을 했는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체적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아울러 이 전 비서관 자택 등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휴대전화 포렌식 절차도 이날 일부 이뤄졌다. 정 특검보는 “이 전 비서관이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공 및 잠금 해제에 협조해 포렌식 절차 일부를 진행한다”고 부연했다.
채상병 사망 초동조사를 둘러싼 특검 조사가 윗선의 외압 여부와 위증 의혹으로까지 번지며, 정치적 파장은 한층 거세지는 양상이다. 정치권은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의 후속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향후 관련자 추가 소환과 수사 결과에 따라 정국 긴장감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