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색상도 표준화”…한의학硏, 설진 국가참조표준 첫 개발
한의학 전통 진단법인 설진(혀 진찰)에 근거한 국가참조표준이 한의학계 최초로 개발됐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설진데이터센터 전형준 박사팀은 혀 실질(설질)과 설태(혀 표면의 이끼 형태 물질)의 색상에 대한 국가참조표준을 확립,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운영하는 통합 플랫폼에 공식 등록했다. 이번 표준은 정상 한국인 2158명 혀 영상데이터 중 엄격한 기준에 부합한 967건을 분석해 성별·연령별로 분류해 도출한 결과다.
혀의 색상은 한의 진료에서 건강 상태 진단의 주요 지표지만, 오랜 기간 시각적·육안에 의존한 주관적 판독 방식에 한계가 있었다. 기존에는 한의사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불확도(불확실성)가 달라져 진단 신뢰성과 임상연구의 객관성에도 진입장벽이 제기돼왔다. 또한 설진 측정기기의 정상 참조 데이터가 부재해 신기술 개발과 보급에도 한계가 명확했다.
이번 성과는 한의학 영역에서 설진에 대한 표준화된 측정방법을 규정함과 동시에, 통일된 참조표준으로 불확실성 요인을 과학적으로 해소한 것이 차별점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설진 기기의 표준 데이터베이스로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의료 인공지능(AI) 개발, 디지털 헬스케어 등 융합 바이오 시장에서도 활용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객관적 혀 영상 데이터 기반으로 의료 AI가 환자 상태를 분석하거나 원격진료 플랫폼이 자동 설진 기능을 구현하는 등의 기술 도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 유럽, 중국 등이 전통의학의 디지털화와 임상데이터 표준화 경쟁에 착수한 단계다. 한국한의학계가 독자 개발한 설진 국가참조표준 데이터는, 관련 기술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표준화 이슈 대응에서도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다.
관련 규제로는 국가표준기본법에 따라 과학적으로 검증된 데이터를 국가가 참조표준으로 인증·보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표준과 인증이 의료기기 등록이나 AI의 공식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가적인 법제화 논의도 예고된다.
전형준 박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얻은 색상 참조표준으로 설진 기술의 신뢰도와 임상연구 효율을 높였다"며, "향후 다양한 임상,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 설진 데이터가 널리 사용될 것"이라 내다봤다.
산업계는 이번 표준화 성과가 한의진료의 과학화는 물론, 의료AI와 헬스케어 신사업의 성장 발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