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中 경영진 교체 요구”…네덜란드, 넥스페리아 경영권 장악에 미국 압박 파장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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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14일, 네덜란드(Nederland) 정부가 자국의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Nexperia)’ 경영권을 직접 장악하는 비상조치를 내렸다. 이 배경에는 미국(USA) 정부가 미중 통상·기술 갈등 속에서 중국계 경영진의 교체를 압박한 정황이 법원 회의록 등을 통해 확인됐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과 유럽 내 공급망 불확실성에도 즉각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9월 30일 ‘상품 가용성 법’을 최초로 발동, 지배주주인 중국 윙테크(Wingtech) 회장 장쉬에젱의 넥스페리아 집행역 이사 자격과 지주사 ‘넥스페리아 홀딩’의 비집행역 이사 지위 정지 명령을 내렸다. 향후 1년간 회사 자산과 인력, 지식재산권 등에 대한 윙테크 측 변동 권한도 동결했다. 정부 측은 “넥스페리아 내 지배구조 결함과 행위가 있다”고 밝혔으나 상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네덜란드, ‘넥스페리아’ 경영권 장악…미국, CEO 교체 압박 배경
네덜란드, ‘넥스페리아’ 경영권 장악…미국, CEO 교체 압박 배경

동시에,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6월 네덜란드 외무부와의 회의에서 ‘넥스페리아’가 미국의 수출규제명단(엔티티리스트) 예외를 받으려면 CEO 교체가 사실상 필수라고 지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BIS는 “기업 CEO가 그대로인 중국인 소유주라는 점이 문제가 된다”고 명확히 언급했다. 이런 미국의 압박은 네덜란드 법원이 회의록 일부를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윙테크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 출신 창업자인 장쉬에젱이 설립, 2022년 미국 수출규제 대상에 올랐으며, 미 행정부는 최근 윙테크 자회사들까지도 제재 범위를 확대했다.

 

넥스페리아는 과거 필립스반도체에서 분사한 기업으로, 유럽 자동차 및 가전업계에 폭넓게 쓰이는 반도체를 공급한다. 글로벌 공급망 내 점유율이 적지 않은 네덜란드는 세계적 반도체 장비사 ASML 등과 함께 미국의 대중국 장비 수출 규제 압박에도 직면해 있다.

 

주변국과 업계는 미국 정부의 강경 요구에 유럽 반도체 기업 지배구조까지 영향을 받게 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이제는 유럽 핵심 산업 지배구조까지 파고 들었다”고 진단했다.

 

시장 전문가는 “유럽 내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미중 지정학 리스크가 반도체와 증시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 미국·유럽 정부 정책 변화와 중국 측 대응이 반도체 산업과 글로벌 투자 심리에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가 향후 국제 반도체 질서와 지정학 구도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지, 투자자와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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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넥스페리아#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