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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보내기로 밤에도 톡한다"…카카오, 알림부담 줄여 메신저 경쟁 재점화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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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사용자의 최대 고민 중 하나였던 늦은 시간 알림 소음 문제가 기술로 완화되는 흐름이다.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메시지 알림 진동과 소리를 없애는 조용히 보내기 기능을 내놓으며 이용자의 시간 선택권을 넓혔다. 자정 이후 업무 지시, 이른 아침 커뮤니케이션처럼 민감한 상황에서 메시지 발송을 미루던 패턴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단순한 대화 도구를 넘어 생활 플랫폼으로의 고도화를 다시 한 번 강조한 행보로 본다.

 

카카오는 18일 카카오톡 최신 버전을 배포하고 조용히 보내기 등 신규 기능을 대거 추가했다고 밝혔다. 조용히 보내기는 지난 9월 공개한 카카오톡 개편안에 포함돼 주목받았던 옵션으로, 메시지 수신자의 알림 설정과 무관하게 수신 시 소리와 진동을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발신자는 메시지를 보낼 때 조용히 전송을 선택해 상대방의 수면이나 회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을 수 있다.

수신자는 카카오톡 앱 상단에 표시되는 빨간색 배지 카운트와 채팅방 목록에 나타나는 안읽음 표시를 통해 새 메시지 도착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기존처럼 알림을 완전히 차단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시간 방해는 줄이면서도 정보 전달은 유지하는 절충형 설계다. 디지털 업무 환경에서 시간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는 흐름과 맞닿은 기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이용자 인터페이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즐겨찾기한 프로필과 채팅방을 모아 관리하는 전용 폴더도 추가했다. 안읽음 폴더처럼 자주 사용하는 대화 상대와 그룹만 별도로 묶어둘 수 있어 업무용 방과 가족, 프로젝트 채팅방 등을 빠르게 찾는 데 유리하다. 메신저 사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채팅방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문제를 폴더 구조로 완화하는 시도다.

 

통화 기능에서는 보이스톡 자동 녹음 옵션이 눈에 띈다. 이용자는 설정을 통해 음성 통화 내용을 자동으로 저장할 수 있어 회의록 작성, 고객 응대 기록 보존 등 실무 활용성이 커질 전망이다. 다만 통화 녹음은 사생활 보호와 통신비밀보호법 등 규제 이슈가 맞물려 있어,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상대방 고지와 동의 절차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영상 통화 서비스인 페이스톡에는 사용자가 원하는 이미지를 적용하는 나만의 배경 기능이 더해져 비대면 회의와 화상 소통의 활용도를 높였다.

 

데이터 관리 측면에서는 톡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을 인물별로 자동 분류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카카오는 자사 인공지능 카나나를 기반으로 얼굴을 인식하고 동일 인물을 추정해 묶는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특정 인물의 사진을 빠르게 찾거나 가족, 동료 단위로 앨범을 정리할 수 있어 개인 미디어 아카이브로서 메신저 역할이 강화됐다. 수많은 사진이 장기간 축적되는 모바일 환경에서 AI 기반 검색과 분류가 핵심 기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대목이다.

 

카카오톡은 또 인터넷주소가 포함된 메시지를 전송하기 전에 해당 링크의 정보를 미리 보여주는 기능도 도입했다. 링크 제목과 일부 내용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어 피싱 사이트나 불필요한 접속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메신저가 정보 유통 허브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링크 안전성과 가독성을 높이는 조치로 해석된다.

 

메신저 시장에서는 최근 몇 년간 동영상, 결제, 주문, 게임 등 부가 기능 중심 경쟁이 이어져 왔다.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는 다시 기본 대화 경험의 정교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알림 관리, 대화 정리, 데이터 활용성 등 사용성이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영역을 공략했다. 특히 조용히 보내기는 글로벌 메신저들의 알림 시간 제한, 방해금지 모드와 결을 같이 하면서도 발신자 측 선택권을 강화한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해외 서비스의 경우 메시지 수신자가 방해금지 시간대를 설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카카오톡은 발신자의 상황 인식을 반영해 알림 강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앞세웠다. 한국처럼 직장 내 메신저 의존도가 높은 시장에서는 업무와 사생활 경계를 재구성하는 도구로도 활용될 여지가 있다. 다만 실제로 조직 문화가 이 기능을 얼마나 수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AI 기반 사진 분류와 통화 녹음, 알림 제어 등 기능을 차곡차곡 늘리며 플랫폼 체류 시간을 더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개인정보 보호, 이용자 동의, 투명한 활용 고지 등 규제 이슈가 함께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메신저가 생활과 업무 전반을 관통하는 인프라가 된 만큼 알림과 데이터 관리를 둘러싼 기술 경쟁이 앞으로의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가 이용 행태를 얼마나 바꾸고, 향후 추가되는 AI 기능과 결합해 어떤 새로운 서비스 모델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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