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세한도 복제품, 김건희 여사에 전달”…이배용 ‘매관매직’ 의혹 특검 수사 본격화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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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관매직 의혹을 둘러싼 민중기 특별검사팀과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그리고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정치적 충돌이 뜨겁게 번지고 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복제품과 금거북이 등 고가의 선물이 국가교육위원장 임명 대가였는지를 두고, 야권은 특검에 힘을 실으며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2023년 무렵 이배용 전 위원장이 국가교육위원회 직원을 동원해 세한도 복제품을 김건희 여사에게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진상을 추적 중이다. 실제로 특검팀은 해당 선물이 국가교육위원장 임명에 대한 답례 성격인지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지난 2022년 9월에도 한지로 만든 액자가 김 여사 측에 전달된 전례를 확인, 청탁성 선물 여부까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세한도는 조선 후기 문인이자 서화가인 김정희가 1844년 제주 유배지에서 그린 그림으로, 국보 180호로 지정돼 있다.

 

특검팀은 이배용 전 위원장을 내주 중 소환조사해 세한도 복제품 및 한지 공예품 등 여러 차례 이뤄진 선물의 경위, 그리고 국가교육위원장 임명과의 연관성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전 위원장은 건강 문제를 이유로 이달 13일, 20일 두 차례 소환 요구에 모두 불응했다. 이날 정례브리핑에서도 특검팀은 "다음 주 출석 일정을 변호인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이배용 전 위원장은 이화여대 총장을 역임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참여한 전력이 있다. 특히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의 초대 국가교육위원장으로 임명됐으나, 친일 인사 옹호와 왜곡된 역사관 논란 등으로 교육계 일각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논란은 금거북이와 당선 축하 편지, 청탁 의혹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검팀은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가 운영하는 요양원을 압수수색하며, 이 전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보낸 것으로 보이는 편지와 함께 금거북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건희 여사가 국가교육위원장 임명 과정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의혹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과 교육계는 이번 수사가 향후 윤석열 정부의 인사 및 의혹 해명에도 직격탄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은 신속한 소환조사와 투명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반면, 여권에서는 "납득할 증거가 없다"며 거세게 반박하는 분위기다.

 

이날 국회는 고위직 인사청탁과 선물 수수 여부를 두고 다시 한 번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정치권은 특검 수사 결과가 윤석열 정부 인사라인의 신뢰도, 향후 교육정책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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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용#김건희#특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