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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징계 논란”…동탄 납치살인 부실 대응 경찰관 7명 직권경고, 국감서 질타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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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 납치살인 사건에서 부실 대응이 지적된 경찰관들에 대한 경징계 처분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거센 질타와 함께 유족들은 책임 당사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촉구했고, 여야 의원들은 공통으로 신상필벌을 요구했다. 경찰은 유족과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공식 사과하며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경기남부·북부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지난 5월 발생한 ‘동탄 납치살인’ 사건에 대한 경찰 내부 징계가 도마에 올랐다. 이날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화성동탄경찰서 소속 12명에 대해 중징계부터 주의, 직권경고까지 다양한 처분이 내려졌으나, 이 중 7명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지 않는 직권경고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징계 내역을 보면, 후임 수사관에게 구속영장 신청만 지시하고 실질 관리를 소홀히 한 경감과, 피해자의 위협 호소에도 사건을 방치한 경사에게는 각각 정직 1개월 처분이 내려졌다. 여성청소년과장 경정은 감봉 1개월, 구속영장 처리가 지연된 경위는 견책, 112 상황실의 경감은 주의 처분을 각각 받았다. 반면 지휘와 감독을 소홀히 한 강은미 동탄경찰서장 등 7명은 징계위원회 절차 없이 직권경고만을 받았다.

 

직권경고는 하위 수준의 조치로, 징계위원회의 심의 없이 시도경찰청장 직권으로 이뤄진다. 법률상 징계에 해당하는 불문경고 보다도 가벼운 경고 수준이다. 현행 인사상 불이익이 수반되나 법적 책임은 미약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가해 남성은 지난 5월 12일 화성 동탄신도시 오피스텔에서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로 전 연인을 납치해 흉기로 살해한 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피해 여성은 반복된 가정폭력과 분리조치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로부터의 보복을 우려해 구체적으로 구속 수사를 요청했고, 방대한 고소 내용과 증거도 경찰에 제출했다. 그러나 경찰은 구속영장 서류조차 만들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며 비극을 막지 못했다.

 

5월 28일 강은미 동탄경찰서장은 공식 브리핑에서 사건 처리 미흡을 사과한 바 있다. 그러나 21일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피해자 모친은 “경찰관 형사처벌을 강력히 요청했는데 정직 1개월 등 징계에 그쳤다”며 경찰의 경징계가 유족에게 또다시 상처를 줬다고 호소했다.

 

국회 안팎에서도 강한 비판이 이어졌다. 정춘생 의원은 “징계 수위로 유족이 납득하겠나. 직권남용 혐의로도 추가 수사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역시 “징계 결과조차 유족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여전히 반성이 없다”며 경찰청장의 직접 사과와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모경종, 윤건영, 박정현, 양부남 의원 등도 엄정한 신상필벌 원칙을 촉구했다.

 

황창선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유족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수사 지연과 강제수사 미흡은 명백한 과오”라며 “지적 사항은 신중히 검토해 다시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동탄 납치살인 사건과 경찰의 부실 대응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한국 사회의 치명적 치안 허점을 되짚고 있다. 국회와 경찰청 등 유관 기관은 이후 추가 수사와 책임자 문책, 피해자 보호 장치 강화를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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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생#동탄납치살인#경기남부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