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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유동엽, 리어카 위 존엄”…폐지 수집 노인들 88.8%→멈출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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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유동엽, 리어카 위 존엄”…폐지 수집 노인들 88.8%→멈출 수 없는 이유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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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골목, 리어카를 끄는 노인들의 뒷모습은 KBS1 ‘시사기획 창’에서 유난히 각별하게 다가왔다. 기자 유동엽과 함께한 취재는 폐지 수집 노인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손끝에서 비롯된 삶의 무게를 감각적으로 포착한다. 재치 있는 미소와 고집 어린 침묵 뒤에는 손을 벌리기보다 자신의 몫을 지키고 싶은 존엄, 도시의 구석을 묵묵히 지탱하는 자존이 녹아 있다.

 

프로그램은 지난 ‘GPS와 리어카’ 편 이후 다시금 현장의 변화를 꼼꼼히 짚었다.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폐지 수집을 멈추겠다는 이들은 25%에 불과했고, 무려 88.8%의 노인들이 노동을 멈추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무리 힘겹고 수고가 금전적 대가로 돌아오지 않아도, 스스로 번 돈에는 각자의 무게와 의미가 더해진다. “나라나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고 싶다”는 짧은 고백은 숫자로 대신할 수 없는 고집과 세월의 흔적을 남겼다.

“88.8%의 선택, 리어카의 이유”…시사기획 창 유동엽, 폐지 수집 노동→노년의 자존을 묻다 / KBS
“88.8%의 선택, 리어카의 이유”…시사기획 창 유동엽, 폐지 수집 노동→노년의 자존을 묻다 / KBS

이어 ‘시사기획 창’은 리어카 노동이 비추는 사회 구조에 천착한다. 골목마다 쌓인 재활용 더미와 상가 뒤편, 리어카를 밀며 살아가는 노인들의 자리에는 현실적 안전망이자 사회적 질문이 묻어난다. 누가 대신하지 않는, 그러나 결코 사라질 수 없는 노동. 폐지 수집이 멈춘 거리엔 쓸쓸함뿐 아니라, 공동체의 약한 연결고리가 드러난다.

 

반면, 새로운 시도 또한 비친다. 노동을 존중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카’ 프로젝트가 등장한다. 산업재해 전문 병원과 시민단체, 인근 학생들, 금속업체 대표까지 힘을 모아 노인들에게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리어카 연구에 나선다. 손잡이 구조를 바꾼 아이디어와 첨단 용접 기술이 닿으며, ‘오픈소스’로 공유된 설계도는 일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적 연대의 출발점으로 그려진다.

 

방송 내내 ‘시사기획 창’과 유동엽은 현장 노동의 생생한 목소리와 기술적 진보 사이에서, ‘이어카’ 프로젝트가 던지는 질문의 의미를 탐색했다. 완성된 결과만을 기다리지 않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토론과 시도가 곧 연대의 증거임을 조명했다.

 

마지막 카메라는 오늘도 골목을 지키는 노인의 두 손, 땀방울, 그리고 리어카가 남긴 흔적 위에 머문다. 리어카 한 대가 품은 노동의 존엄, 그리고 지금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도시의 변화를 ‘시사기획 창’이 묻는다. 이 기록은 9월 16일 월요일 밤 10시 KBS1에서 방송된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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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창#유동엽#폐지수집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