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파트너십 심화”…이재명 대통령, 베트남과 전략동반자 시동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균열이 깊어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과 베트남 공산당 럼 서기장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강화를 위한 정상회담을 열었다. 과거사와 경제, 안보를 두루 포괄한 양국 외교의 지평 확대는, 향후 동남아시아 외교의 중심축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1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 럼 서기장과 공동성명 채택을 추진했다. 공동성명에는 “한·베트남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심화를 위해 외교·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2030년까지 교역 규모 1천500억 달러 달성에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과학기술과 에너지, 저작권, 공급망 등 미래산업 분야 협력 방안도 중점 논의됐다. 양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원전 등 분야에서 10건 안팎의 양해각서(MOU) 체결에도 속도를 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부터 베트남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특히 한국군의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전향적 배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최근 국무회의에서도 같은 문제를 언급하며 베트남 근로자를 위한 인센티브 도입 검토를 지시했다. 이날 역시 “우리가 베트남에 대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과거사와 미래 성장 협력을 아우르는 접근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베트남 국영통신 VNA와의 사전 인터뷰에서 “사돈의 나라”, “경기도 다낭시” 등 표현을 사용하며 한·베트남 간 폭넓은 인적 교류를 부각했다. 다문화 가정 확대와 인력 이동 심화 추세에서 ‘친밀감’과 공존의 메시지를 저울질한 셈이다.
경제·안보 협력도 본격 궤도에 올랐다. 베트남은 연간 교역 867억 달러로 한국 3대 교역국이자, 한국은 베트남 최대 투자국이다. 미국과 중국의 견제 속에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아세안(ASEAN) 국가와의 전략적 연대가 ‘국익 실용외교’의 핵심 동력으로 급부상했다. 럼 서기장 방한과 노력에 맞춰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이 한층 본격화될 환경이 조성됐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베트남 외교 행보가 동남아 전체로 외교 지평을 확장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 평가한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인도·태평양에서 영향력 경쟁을 거세게 벌이는 상황에서 베트남과의 굳건한 파트너십은 안보적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과거사 해결 의지에도 주목하며 한·베트남 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지 국정 과제를 주문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VNA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가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화해와 협력의 남북관계 전환 과정에서 베트남은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라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베트남과의 정상외교 강화는 곧 동남아시아로의 실용·다층적 외교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베트남과의 경제·안보, 과학기술 협력은 물론, 과거사 문제 등까지 포괄한 소통채널을 확대할 방침이다. 동남아 실용외교에 시동을 건 외교부는 아세안 각국과의 협력 노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