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시사”…브런슨 연합사령관, 역량 유지 강조
주한미군 감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이 직접 간담회에 나서 “숫자가 아니라 역량 유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미 정부 내 주한미군 재배치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사령관이 변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역량 위주’ 정책을 시사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8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국방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주한미군 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역량이며, 한반도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유지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지난 4월 패트리엇 미사일을 운용하는 제35방공포병여단 일부 전력이 중동으로 이전된 사례를 언급하며, “패트리엇 포대의 공백을 5세대 전투기가 상당 부분 보완했고, 패트리엇 포대도 언젠가 업그레이드돼 복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의 상징적 예시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브런슨 사령관은 “전작권 전환을 빠르게 앞당기기 위해 지름길을 택한다면 한반도 전력의 준비 태세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언제나 ‘조건이 충족됐을 때’ 이루어질 미래의 어느 시점을 희망해 왔다. 조건을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지 전작권 전환을 ‘했다’고 말하기 위해 서두르는 것은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계획을 변경하려면 새로운 합의와 군사적 조건 구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 여부는 ‘을지 자유의 방패’(UFS) 등 한미 연합훈련을 통해 검증 중이며, 총 세 단계 중 두 번째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최근 양안(대만해협) 사태와 관련해 한국군 개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미국이 대만에 가면 한국도 함께 간다는 식으로 기정사실화하지 않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브런슨 사령관은 “한미동맹에서 적을 특정하지 않지만, 북한을 ‘배 바로 옆에 있는 악어’로 본다”며, “북한 위협에는 러시아가 연계돼 있다. 무기와 기술을 주고받으며, 중국 해군과 러시아 함대의 공동움직임도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한미정상회담 전망에 대한 입장도 언급됐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에 초청돼 미국 군 통수권자와 직접 안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며 “우리의 비대칭적 우위는 동맹에서 비롯된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최근 이재명 정부의 남북관계 긴장 완화 기조와 관련해 UFS 기간 중 일부 야외기동훈련이 연기된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김명수 합참의장이 자연재해 상황을 고려해 일부 조정이 가능한지 물었다. 국민이 군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훈련 일정도 조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주한미군이 단독으로 미래 위협 대응 훈련을 진행할 계획임도 전했다.
정치권과 군 안팎에서는 브런슨 사령관의 ‘역량’ 중심 발언이 한미동맹 변화와 주한미군 역할 재정립 논의에 불을 붙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와 군 당국은 주한미군 감축론에 대해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향후 미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