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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 더 덥다”…인천 서구, 체감 더위 속 실내 피서로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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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 더 덥다”…인천 서구, 체감 더위 속 실내 피서로 몰린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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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천 서구를 걷다 보면 “더운데도 유난히 후덥지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폭염이 가져온 높은 습도와 흐린 하늘이 겹치면서, 그저 더운 게 아니라 피부에 ‘찌는 듯한’ 답답함이 일상이 됐다.   

  

3일 오전, 인천 서구의 기온은 24.2도지만 체감온도는 27.5도에 달했다. 습도는 100%에 이르며, 아침부터 불쾌지수가 치솟는 날씨다. 하늘을 가득 메운 구름과, 느릿하게 스치는 남풍이 한층 더 무거운 공기를 남긴다.   

  

기상청은 인천 전역에 폭염특보를 내리고, “온열질환 예방에 힘쓰라”며 야외보단 실내에 머무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거리를 둘러본 결과, 마트나 도서관, 쇼핑몰에 사람들이 몰리고 실외 카페나 공원 산책은 눈에 띄게 줄었다. “습도 때문에 밖에 10분만 서 있어도 땀이 쏟아진다”는 이들, “밖은 끈적해서 걷다가 바로 들어와 버렸다”는 SNS 후기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소소한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 공공 복합문화공간 관계자는 “예년보다 방문객이 20% 늘었다”며 “아이들과 함께 무더위를 잊으려 미술관이나 전시관으로 오는 가족이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립생물자원관, 서구문화회관 등 대표적인 실내 여행지에 대한 검색량도 부쩍 증가했다. 인접 공원 산책로는 아침과 저녁 무렵이 아니면 텅 비는 상황이다.   

  

도심 실내 공간이 피서 공간으로 다시 주목받는 이유. 트렌드 칼럼니스트 박신아는 “예전엔 더위를 쫓으려 바다나 산을 찾았다면, 요즘은 ‘편안하고 배울 거리도 있는’ 공간을 찾는 흐름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자녀 교육과 건강, 미니멀 여가가 중요해진 세대에겐 실내 피서가 감정적, 실질적으로 모두 만족을 준다”는 설명이다.   

  

이런 현상에 시민들도 공감하고 있다. “골목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게 올여름 최고 휴식”이라는 학생, “서구문화회관에서 음악회 듣다가 잠시 졸았는데 그게 최고의 힐링이더라”는 직장인 등, 일상 공간의 즐거움을 찾는 이야기가 모인다. “공원 산책도 좋지만 한낮에는 절대 엄두가 안 난다”는 목소리 역시 많다.   

  

작은 선택이지만, 그 속에는 더위를 견디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흐름이 담겨 있다. 밖이 덥다고 일상을 멈추기보다, 실내에서 나다운 피서를 찾는 여름. 인천 서구의 풍경은, 지금 우리 모두가 겪는 일상의 변화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인천대교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인천대교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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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서구#국립생물자원관#서구문화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