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승 고지의 순간”…김경문, 한화 지휘로 프로 역사 새로 썼다→벅찬 감동 물결
역사의 벽을 넘는 순간,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의 공기는 누구보다 뜨거웠다. 승부사의 냉정함 뒤에 감춰둔 김경문 감독의 표정에는 오랜 기다림 끝에 닿은 감격이 깃들었다. 팀을 이끌던 벤치, 관중석 구석구석에는 이날 경기가 주는 의미가 선명히 각인된 채 남았다.
한화는 1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김경문 감독은 1천894번째 경기에서 KBO리그 역대 3번째 1천승 달성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개인 성적은 통산 860패 34무로 꾸준한 리더십을 증명했다. 앞서 김응용, 김성근 감독에 이어 프로야구 지도사에 이름을 나란히 새겼다는 점에서 야구계 안팎의 찬사를 이끌었다.

지도자의 길은 경기장과 함께 쌓여왔다. 김경문 감독의 첫 승은 2004년 두산 베어스 시절 잠실에서 잡은 KIA전이었는데, 이후 960경기에서 512승을 기록하며 '뛰는 야구', '화수분 야구'라는 별명과 함께 팀 색깔을 세웠다. 두산을 떠나 NC 다이노스 신생팀 창단 사령탑에 오른 뒤 740경기, 384승을 쌓으며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성공서사를 남겼고 통산 800승 달성도 이뤄냈다.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프리미어12 준우승, 도쿄올림픽 4위를 지휘했던 김경문 감독은 2024년 한화로 복귀해 남다른 각오를 이어가고 있다. 부임 첫 해 남은 87경기에서 42승을 수확한 뒤, 올 시즌 한화가 정규리그 선두권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듬었다. 감독 개인으로는 5차례 정규리그 2위, 4차례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아쉬움도 있지만, 여전히 우승 건설에 대한 마지막 바람을 감추지 않았다.
경기 후 한화 구단과 선수단, 팬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김경문 감독의 대업을 축하했다. 구단이 준비한 1천승 트로피와 꽃다발, 선수단 대표 채은성과 류현진이 전달한 승리 기념구가 그 앞에 놓였다. 김경문 감독은 기쁨의 공을 오롯이 현장 스태프와 선수, 그리고 팬들에게 돌리며, 남은 시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전의 밤은 야구장의 뜨거운 기운만큼이나 오랜 시간 응축된 노력이 이루어 내는 감동으로 물들었다. 여전히 우승의 꿈을 안고 그라운드를 지키는 선수들과 지도자의 표정은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남겼다. 어느 여름밤, 한화의 이야기는 김경문 감독이 쌓아 올린 값진 기록과 함께 팬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