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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메시니 손끝에서 쏟아진 온기”…문다이얼의 깊은 사색→서울 내한 홀린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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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메시니 손끝에서 쏟아진 온기”…문다이얼의 깊은 사색→서울 내한 홀린 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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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무대 위로 한 줄기 빛이 깃들자, 팻 메시니의 손끝에서 가장 섬세한 온기가 흘러나왔다. 그의 기타는 침묵과 떨림, 숨결마저도 음악의 일부로 바꿔내며 객석을 감싸 안았다. 묵직하게 담긴 인생의 결과, 세월을 관통하는 듯한 연주가 서울의 밤을 사로잡았다.

 

9년 만에 서울 강남 GS아트센터로 돌아온 재즈 거장 팻 메시니는, '팻 메시니 드림 박스 / 문다이얼 투어'의 타이틀 아래 그만의 방대한 음악 세계와 내공을 증명했다. 어쿠스틱, 일렉, 바리톤 그리고 42현 피카소 기타까지 자유로운 손놀림과 조율을 선보였고, 그가 지난 세월 동안 쌓아온 예술적 연륜과 손끝의 철학이 무대를 압도했다.

“사유하는 손끝”…팻 메시니, ‘문다이얼’의 긴 여운→내한 현장 압도
“사유하는 손끝”…팻 메시니, ‘문다이얼’의 긴 여운→내한 현장 압도

초반에는 찰리 헤이든과 합을 맞췄던 ‘비욘드 더 미주리 스카이’ 속 명곡들과 바리톤 기타로 재해석한 ‘이파네마의 소녀’가 고요한 감동을 안겼다. 새 앨범 ‘문다이얼’과 ‘드림박스’의 봉인 해제와도 같은 라이브는 장인만이 그릴 수 있는 오랜 여정과 고유의 울림을 고스란히 관통했다. 손목에 남은 시간의 흔적, 그러나 공연 내내 한결같던 에너지와 열정, 그는 관객과 거리를 허물며 친근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건넸다.

 

음악적 탐구를 넘어 삶의 사유를 더하는 팻 메시니는 어린 시절의 일화부터 영감을 받은 앨범까지, 자신만의 서사의 조각들을 조용히 풀어냈다. 남다른 무대는 오케스트리온 세션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기계장치와 악기가 촘촘히 어우러진 순간, 무대는 작은 악기 박물관이자 하나의 살아있는 예술로 다시 태어난 듯했다. 재즈계의 ‘아인슈타인’이라는 별명이 왜 따라붙는지, 그 이유가 선명히 드러난 밤이었다.

 

달려드는 템포 속에 숨은 부드러운 감정, 현실을 초월한 듯한 연주와 깊은 울림. 무대 위로 번지는 사색의 열기와 진심, 그리고 관객과 교감한 팻 메시니의 손끝은 시간이 지나도 오래도록 서울의 밤을 지배했다. 앙코르가 끝나도 남은 서사와 여운은 긴 침묵 뒤의 뜨거운 박수로 이어졌다. ‘문다이얼’과 ‘드림박스’의 감성은 25일까지 이어지는 팻 메시니의 서울재즈페스티벌 스핀 오프 투어와 함께 보다 깊은 잔상을 남기며 재즈의 본질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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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메시니#문다이얼#서울재즈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