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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발 인앱결제 규제”…애플, 보안 논리로 전방위 방어전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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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시행에 맞서 강경하게 대응하며, 규제 확산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애플은 DMA로 대표되는 인앱결제·앱스토어 개방 의무화에 대해 사용자 경험 저하와 보안 위협을 이유로 폐지나 대폭 축소를 직접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애플은 한국 시장에서도 자사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해외 빅테크 규제 동향이 국내로 옮겨붙을 가능성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업계는 애플의 이러한 공세가 ‘플랫폼 주도권’ 경쟁의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U의 DMA는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앱스토어 외부 결제와 앱 사이드로딩(사용자가 공식 장터가 아닌 곳에서 앱을 설치하는 방식) 등 생태계 개방을 강제하는 것이 골자다. 애플은 이로 인해 iOS의 핵심 기능 출시가 유럽에서 차질을 빚고, 무엇보다 사용자 데이터 보호와 기기 보안 체계가 약화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기준 앱스토어에 제출된 770만여 개 앱 중 190만 건 이상이 보안·사기 우려로 거절됐다는 수치를 내놨으며, 인앱결제 시스템 역시 환불·미성년자 보호 등 다중의 안전장치가 포함돼 있어 규제 완화시 오히려 소비자와 개발자 모두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거듭 지적하고 있다.

특히 DMA의 핵심인 사이드로딩에 대해 애플은 앱 심사 체계 이외의 경로로 악성코드 유입 등 보안사고가 빈번해질 수 있음을 주요 반대 근거로 든다. EU 당국은 이용자 선택권 확대와 독점 완화 취지로 규제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애플은 앱스토어 내 수수료 체계 또한 대다수 앱에 면제(85%)하거나 낮은 수수료(15%)만 적용된다고 해명하며 독점 이익 논란을 방어하는 데 집중했다. 연 매출 100만 달러 이하의 개발자 지원책, 구독 서비스 수수료 인하 정책 등도 함께 내세워 규제 필요성을 약화시키려는 행보가 뚜렷하다.

 

국내에서도 앱스토어 개방 및 외부결제 의무화 논의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어, 애플의 논리는 한국 시장에 대한 사전 영향력이 될 수 있다. 애플은 포항공과대학교의 개발자 아카데미 등 국내 생태계 성장 공로를 강조하며, 규제가 과도할 경우 혁신의 동력이 위축될 수 있음을 역설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시가총액 상위 빅테크의 독점적 지위와 앱마켓 주도권에 대한 국내외 규제 당국의 문제제기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미국·EU에서의 법적 분쟁 역시 계속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애플과 같은 빅테크를 겨냥한 플랫폼 규제 경쟁이 불붙고 있다. 미국에서는 에픽게임즈와의 소송 결과, 개발자 대상 외부결제 허용 판결이 나왔으나 애플이 항소하는 등, 양측의 입장차가 극명하다. EU 외에도 일본·호주 등 주요국에서 유사한 논의가 전개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앱마켓 경쟁환경과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한 추가 입법·정책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IT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의 보안·경험 중심 논리가 영향력을 가진 것이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규제와 개방 사이 균형을 찾는 구조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제도 변화가 실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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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eu#d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