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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사자와 유가족의 긴 재회”…육군, 11인 합동안장 엄수→국민 애도 물결
정치

“6·25전사자와 유가족의 긴 재회”…육군, 11인 합동안장 엄수→국민 애도 물결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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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희미하게 깔린 현충원에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는 유가족과 장병들의 표정에는 오랜 기다림이 담겨 있었다. 육군이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국립영천호국원, 국립대전현충원, 국립서울현충원에서 6·25전쟁 전사자 11인의 유해를 합동안장하는 엄숙한 의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지난 세기 최전선에서 사라졌던 이름들은 이제야 비로소 기록의 공간이 아닌, 가족의 기억이 언젠가 멈춘 곳에서 영원한 안식을 맞이하게 됐다.

 

이번에 안장된 오두용 하사, 김영기 하사, 주영진 일병 등 3인의 유해는 대전현충원, 그리고 김익장 이등중사, 이찬규 이등중사, 정인학 일등중사, 김석연 일병, 강성순 하사, 함상섭 하사, 조영호 일병 등 7인은 서울현충원에 각각 안장됐다. 특히 박용수 일병의 유해는 지난해 별세한 동생 박광수 씨가 잠든 국립영천호국원에 함께 안치되며, 형제의 염원이 마침내 이뤄지는 순간을 지켜봤다.

6·25전사자와 유가족의 긴 재회
6·25전사자와 유가족의 긴 재회

이들의 유해는 2000년부터 작년까지, 이름보다 오랜 시간 전후방 전장에서 수습됐다. 가족들은 유전자 시료 채취에 기꺼이 참여했고,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DNA 분석을 거쳐 마침내 신원을 밝혀냈다. 한 자리에 모인 가족과 국민 앞에서 진행된 합동안장식은 국기 경례와 추모사, 종교의식, 헌화와 분향, 조총 및 묵념, 그리고 마지막 영현 봉송의 순간까지 깊은 비애와 경건함이 흐르는 시간이었다.

 

고창준 육군참모총장 직무대리는 장병과 유가족을 향해, "선배님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으로 지켜온 대한민국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국군의 사명 완수에 진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제 남겨진 역사와 슬픔을 품은 이 땅은, 이름 없이 쓰러진 이들의 발자취를 국립현충원의 숲으로 환대하며 국가적 기억 속에 깊이 새기고 있다.

 

정부와 군은 앞으로도 전사자 유해의 신원 확인 및 가족 품으로의 귀환 작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줌의 흙으로 돌아온 이들의 귀향을 지켜본 국민과 가족들의 애도는 잔잔한 물결처럼 현충원 평지에 오래 머물고 있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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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6·25전쟁#국립현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