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치고 중국 약진”…혁신 신약 허가, 글로벌 판도 흔든다
혁신 신약의 글로벌 승인 추세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 정부가 자국 내 혁신 신약 허가 건수를 대폭 늘린 반면, 미국은 최근 8년 중 최저 승인 실적을 기록했다. 이런 변화는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의 주도권 지각변동 신호로 읽히며, 각국 산업계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미국 간 신약 허가 건수 격차가 약 3배까지 벌어진 것은 글로벌 신약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은 올해 상반기 43개의 혁신 신약을 승인했다고 6월 23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59% 급증한 수치로, 지난해 전체 48개 승인에 근접한다. 주요 승인 품목에는 종양, 대사, 면역 등 핵심 분야에 대한 치료제가 다수 포함됐다. 특히 중국 최초의 혈우병B 유전자 치료제, 줄기세포치료제, 신형 항인플루엔자A 치료제, 희귀질환 치료제가 동시 다발적으로 허가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주목할 변화가 뒤따른다. 중국 당국은 2018년 의약품 심사 시스템을 개혁, 심사 승인 기준 고도화와 연구개발 전주기 심사 프로세스 개선에 나섰다. 최근에는 희귀질환용 의약품과 소아용 의약품 연구개발에 특화한 우선 심사프로그램(돌봄 계획, 별빛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승인 속도를 앞세웠다. 이로써 중국의 혁신 신약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 규모는 전 세계 약 4분의 1에 달하며, 연간 약 3000개 프로젝트가 임상 단계에 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신약 시장 부상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실효성도 커지고 있다. 암, 면역질환, 희귀질환 등 다양한 분야의 신약이 전격적으로 환자 치료 옵션으로 공급되며, 임상적 수요 충족과 미충족 의료 수요 해소에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특히 2024년 한 해에만 70개의 소아용 의약품, 21개 희귀질환 치료제 승인이 전망돼 관련 산업 발전 속도도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상반기 혁신 신약 승인 실적은 16건에 그쳤다. 이는 최근 8년 내 최저치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수준이다. 미국도 2023년 한 해 50건의 신약 허가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조직 개편 등으로 인해 심사·승인 속도가 현저히 둔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 논의에 따라 NIH와 FDA 예산이 대폭 삭감될 경우, 앞으로 미국의 신약 후보물질 발굴 및 시장 진입 전망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NIH 예산 10% 감축 시 임상 1상 진입 신약 후보군이 30년간 30개 줄고 허가 신약 수가 연 2개씩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FDA 예산이 5.5% 줄면 신약 승인 기간이 9개월 늘고, 향후 10~20년간 승인 신약 수가 추가로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제약기업과 투자자들은 중국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하면서, 한편으론 미국발 규제·예산 불확실성이 신약 R&D 전략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국내외에서는 중국의 신속 승인이 혁신 신약 개발 속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품질·안전성 관리 강화와 글로벌 표준 충족이 필수”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한편 산업계는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시장이 신약 혁신의 중심이 될지, 제도적·정책적 변화에 따라 판도가 다시 크게 요동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술과 제도, 글로벌 경쟁질서가 교차하는 신약 허가 환경에서 강력한 정책 조율과 산업 생태계 혁신이 중요한 성장 조건으로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