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정, 수사·기소 분리 트로이목마 우려”…검찰 내부 경고 → 제도개편 논란 점화
법과 제도의 미래를 둘러싼 깊은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권순정 수원고등검사장이 현직 검사로서 이례적으로 공개 비판의 글을 남겼다. 권순정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정책을 향해 ‘트로이목마’라는 상징적 표현을 빌려, 제도의 근본적 위험성에 경종을 울렸다. 권 고검장은 지난 23일 검찰 내부망에 “검찰의 미래를 그려봅시다”라는 글을 올리며, 법 집행 시스템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기소 분리는 언뜻 논리적이나, 구체적 개념과 실제적 근거가 모호하다”는 점을 비판하고, 해외 유사 사례조차 찾기 어렵다며 비판적 시각을 내비쳤다. 권순정은 국민 사이에 검찰 직접수사에 대한 우려가 존재함을 인정하면서도, 제도 변화가 합리적 논의와 전향적 접근 위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권여당이 정치적 이슈로 특검법을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숨기지 않았으며, “힘센 권력이 임의로 수사를 끌고 갈 경우, 제도 개선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나아가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통해 검사의 수사권 자체를 박탈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소추’라는 검찰 본연의 기능까지 해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법관이 판결을 위한 사실관계 파악을 하듯, 검찰 역시 올바른 기소를 위해 직접적인 수사가 필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미 ‘검수완박’ 이후 드러난 경찰 수사의 허술함, 피의자와 조폭들 사이에서의 검찰 조서 경시 사례를 언급하며, 무분별한 제도 변경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권순정은 “공개와 토론의 장에서 다양한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야 하며, 소수 논의에 그쳐 회의조차 기록에 남지 않는 의사결정 방식은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확대된 논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사회 모든 문제의 책임을 검찰 한 곳에 돌리는 식의 비판은 ‘1984’의 은유처럼 위험하다는 점까지 덧붙였다.
이처럼 현직 검찰 고위 간부의 공개 경고에, 정치권에서도 신중론과 공론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국회는 제도개편을 둘러싼 찬반 논의를 심도 있게 이어가며, 향후 다양하고 공개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