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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이란 핵협상, 군사적 충돌 앞 외교 길 잃나”…이스라엘 공습에 대립 격화→중동 정세 긴장 최고조
국제

“트럼프-이란 핵협상, 군사적 충돌 앞 외교 길 잃나”…이스라엘 공습에 대립 격화→중동 정세 긴장 최고조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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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막을 두른 중동의 새벽, 협상과 충돌 사이에서 바람은 더욱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신호를 보내며, 바다 건너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다시 한 번 미국에 대한 강한 유감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밤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과 미국의 신속한 군사 지원이 서로 강렬하게 맞닿으며, 양국의 외교적 거리만큼이나 심연이 깊어지는 순간이었다.

 

이란 외무부의 에스마일 바가이 대변인은 현지 시각 13일, “협상을 말하면서도 실상은 시온주의 정권의 공격을 방관했다”고 미국을 비판했다. 허울뿐인 대화 제스처 뒤, 실존하는 군사 협력과 승인에 대한 분노가 담겼다. 이란 측은 지난 몇 년간 핵 개발 동결과 경제제재 해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줄다리기를 이어왔으나, 저농축 우라늄 개발 허용 등 핵심 쟁점에서 걸림돌이 지속되며 새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협상 테이블이 다시 멀어지는 분위기다.

이란 테헤란 시내의 반미 벽화[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란 테헤란 시내의 반미 벽화[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달 초 이스라엘이 감행한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미국 워싱턴 D.C.의 공기는 어느 때보다 얼어붙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습은 매우 성공적이었다”며 지원을 공식화했고, 중동 방위선을 따라 USS 토마스 허드너 구축함 이동 등 미군의 전략 자산이 배치되는 모습이 연일 이어진다. 그는 “이제 이란도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이란은 이러한 협상 제안이 미국의 진정성 없는 이중 행보라고 일축했다.

 

이처럼 군사적 대립과 외교적 압박이 한데 어우러진 가운데, 당초 양국 대표단이 15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예정했던 6차 회담의 개최 역시 불투명해졌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들은 미군의 방공망 지원과 추가 군함 대기 사실을 확인했으며,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란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단호히 거부하는 입장을 이어갔다. 이란 외무부는 미국-이스라엘 양국의 작전적 공조와 협상 촉구가 결코 병립할 수 없음은 물론, 단호함 속에 더 깊은 불신만이 자리 잡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란 국영 언론들은 공식 입장 이후에도 “회담 개최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라며 약간의 여운을 남겼으나, 지도부의 발언은 한 치 양보 없는 강경함으로 일관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늦은 밤 중동 하늘을 가르는 전장의 소리와 뒤엉킨 외교적 절망감 속에, 다시 한 번 군사 충돌의 문턱에 다가섰음을 실감한다.

 

미국과 이란, 그리고 이를 중재하려는 주변국의 엇갈린 이해관계 속에서, 이번 사태는 중동안보 지형을 한층 요동치게 만든다. 트럼프 정부의 ‘압박을 통한 협상’ 프레임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이란은 더 이상 대화라는 명분 아래 무장 해제에 나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표명하고 있다. 짙어진 회색의 긴장감 속에서, 중동 외교와 안보의 미래 역시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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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이란#이스라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