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언더파 질주”…옥태훈, KPGA 첫 우승→시즌 판도 뒤흔든 쾌거
폭염이 무색한 집중력이 필드를 지배했다. 옥태훈이 마지막 퍼팅을 홀컵에 집어넣는 순간, 그동안의 기다림과 절실함은 진한 환희로 번졌다. 손끝에서 시작된 질주는 한 경기의 승리를 넘어, 골프 인생의 새로운 기점으로 남았다.
22일 경남 양산 에이원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68회 한국프로골프 선수권대회 최종 라운드. 옥태훈은 경기 초반부터 몰아붙였다. 2번 홀의 버디로 기세를 올린 그는 3번 홀에서 약 66m 거리의 과감한 웨지 샷을 성공시키며 이글을 잡았다. 백스핀이 걸린 공이 조용히 홀컵을 적시자, 갤러리의 숨죽인 탄성마저도 짧게 울렸다.

흐름은 거침없이 이어졌다. 6~9번 홀까지 연속 네 홀을 버디로 채운 그는 전반 9홀을 29타로 돌파했다. 이것은 스스로 세운 9홀 최저타 기록(27타)에 근접한 폭발적 행보였다. 후반 13, 14번 홀에서도 연이은 버디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2, 3라운드 선두였던 신용구의 꾸준한 추격에도, 옥태훈의 날카로운 집중력이 리더보드 정상의 자리를 되찾게 했다.
경쟁자들도 만만치 않았다. 3라운드 선두 신용구는 보기 없이 버디 3개를 기록하며 마지막까지 선전을 펼쳤으나, 옥태훈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8타를 줄인 김민규는 17언더파로 단독 2위에 올라섰다.
9언더파 62타, 최종 합계 20언더파 264타. 총 125번째 투어 출전 만의 첫 우승 트로피였다. 옥태훈은 “긴 기다림 끝에 우승을 거머쥐게 돼 기쁘다. 더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로 벅찬 감정을 전했다.
옥태훈의 우승으로 변화의 물결이 일었다. 이날 상금 3억2천만원을 포함, 시즌 누적 상금은 6억1천945만원에 달했다. 제네시스 포인트 역시 3천940점으로 상승하며 두 부문 모두 선두로 도약했다. 최근 3개 대회 연속 톱5 입상은 그의 꾸준한 성장의 결과이자, 향후 판도를 바꿀 신호였다.
여름의 절정, 골프장은 인내와 환호가 교차하는 무대였다. 필드 곳곳에 남은 옥태훈의 숨과 결연한 표정은, 한 사람의 집념이 운명처럼 닿는 순간의 빛을 보여줬다. KPGA 투어는 다음 달 SK텔레콤 오픈에서 또 다른 순위 경쟁을 앞두고 있다. 해질녘 그린 위에서의 감동은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을 적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