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메이저 2연승”…카브레라, 강렬 집념→PGA 챔피언십 정상 질주
진정한 스포츠 복귀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 선수의 눈빛에서 모든 답이 스며든 순간이었다. 파란만장했던 시간과 노력이 고스란히 트로피에 담겼고, 우승 세리머니 뒤에는 더욱 단단해진 카브레라의 뒷모습이 자리했다. 흔들림 없는 집중력과 강렬한 집념, 그 모든 감정이 메릴랜드의 그린에서 폭발했다.
26일 미국 메릴랜드주 베세즈다 콩그레셔널 컨트리클럽에서 치러진 시니어 PGA 챔피언십에서 앙헬 카브레라가 다시 한 번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다. 파72 코스에서 최종 라운드 3언더파 69타, 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를 기록하며 경쟁자들을 제치고 챔피언십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번 대회는 PGA 투어 챔피언스 시즌 5대 메이저의 하나로, 만 50세 이상 선수만 참가할 수 있는 무대였다.

전반부, 카브레라는 안정적인 아이언 샷과 예리한 퍼팅 덕분에 선두권을 꾸준히 유지했다. 경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결정적인 파 세이브와 버디 퍼트에 성공했고, 마지막 18번홀에서 1타 차 리드를 지켜내며 극적인 피니시를 만들었다. 막판 뒤집기와 승부의 끝자락이 오버랩된 순간, 팬들의 환호와 카브레라의 뜨거운 숨결이 교차했다.
이번 시니어 PGA 챔피언십의 2위는 토마스 비욘과 파드리그 해링턴이 7언더파 281타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카브레라는 우승이 확정된 뒤 “묵묵히 견뎌온 순간들이 오늘의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진한 소회를 밝혔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카브레라는 가정폭력 혐의로 20개월 동안 징역형을 살고 지난해 골프 무대에 복귀했다. 복귀 후에도 흔들림 없이 기량을 끌어올렸고, 지난해 출소 뒤 PGA 챔피언스 투어에서 통산 3승, 특히 올해만 두 차례 메이저 우승을 거두며 부활의 서사를 완성했다.
불과 1주일 전, 리전 트래디션에서 우승한 데 이어 또 한 번 메이저 왕관을 써낸 카브레라. PGA 챔피언십 제패 이후에도 시즌 내내 뜨거운 컨디션을 뽐내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입증했다. 한편 챔피언십 우승에 도전했던 양용은은 3언더파 285타, 공동 11위로 대회를 마무리하며 아쉽게 컷오프됐다.
카브레라의 이변과 복귀 드라마, 그리고 시즌 3승 중 2개의 메이저 우승을 동시에 실현한 기록은 챔피언스 투어에서 오랜 시간 회자될 전망이다.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그린 위의 걸음, 한 선수의 집념과 인생이 만들어낸 문장 같은 시간이었던 셈이다.
서늘한 그늘에 고인 땀방울, 마지막 홀을 걸으며 입술을 깨무는 카브레라의 모습은 오래도록 팬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 기록은 시니어 챔피언십을 통해 삶의 굴곡을 담담하게 건너온 한 스포츠 영웅의 여운을 전한다. 시니어 PGA 챔피언십은 5월 26일 미국 현지에서 순위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