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마지막 세트 15-9”…알리, 18득점 이란 극적 8강행→유일 생존 V리그 외인
필리핀 파사이시티 경기장에 모인 수천 관중의 숨소리가 하나로 엉켜 긴장의 실타래를 만들었다. 마지막 5세트에서는 한 점, 한 점이 운명을 가르는 극적인 순간이 이어졌고, 관중석과 벤치 모두 숨죽인 채 코트 위 집중력에 몰입했다. 알리 하그파라스트는 바로 그 순간, 18득점의 무게감으로 이란 대표팀을 역전승과 함께 세계선수권 8강 무대까지 이끌었다.
2025 FIVB 세계선수권 16강에서 이란과 세르비아의 승부는 단 한 세트도 쉽지 않았다. 이란은 첫 세트 23-25로 아깝게 내주었지만, 2세트 25-19 반격으로 균형을 맞췄다. 3세트 역시 마지막까지 이어진 치열한 접전에서 24-26으로 아쉬움을 삼켜야 했으나, 4세트 25-22 승리로 희망을 되살렸다.

승부처였던 5세트. 알리와 알리 하지푸르, 모르테자 샤르피 삼각편대가 초반부터 공격을 몰아붙였다. 날카로운 스파이크가 연이어 세르비아 코트를 강타했고, 이란은 15-9로 마지막 세트를 장식하며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이란은 알리 하지푸르와 모르테자 샤르피가 각각 23점을 올리며 단단한 공격 라인을 구축했다. 알리는 18득점으로 팀 내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세트스코어 3-2 승리 속에서 이란은 세계선수권 8강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한국 V리그 팬들에게도 이번 대회는 특별했다. 우리카드 소속으로 잘 알려진 알리만이 남았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미힐 아히의 네덜란드는 튀르키예에 1-3으로 무너졌고, 한국전력 쉐론 베논 에번스가 이끄는 캐나다 역시 폴란드에 1-3으로 제압당했다. V리그에서 활약 중인 외국인 선수 가운데 8강 무대를 밟은 건 알리가 유일하다.
알리는 국내 리그 2024-2025시즌에 529점, 개인 득점 5위와 공격 종합 성공률 1위(55.82%), 후위 공격 성공률 1위(63.16%), 서브 6위(세트당 0.30개)로 기록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증명했다. 이에 따라 우리카드와도 재계약에 합의한 상태다.
승부의 끝에서 비로소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로 선수들을 맞이했다. 코트에서 치열한 공방을 펼친 이란 선수단이 부둥켜안으며 웃음을 터뜨린 순간, 필리핀 경기장은 또 다른 약속의 무대를 기다렸다. 이란의 다음 상대는 체코로, 준결승 진출을 노리는 또 한 번의 도전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