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진 1인 2역 비밀의 경계”…천국보다 아름다운, 인간과 죽음의 긴장→묵직한 여운
고요한 천국의 문 앞, 천호진의 눈빛에 담긴 깊은 울림이 시청자의 마음을 건드렸다. 부드러운 미소와 굳건한 목소리로 사후세계의 한가운데를 이끌던 그는 한순간,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품은 인물로 변신하며 화면에 완연히 다른 색을 더했다. 두 얼굴이 교차하는 순간마다 삶의 온기와 냉철함, 그리고 지나온 기억에 대한 고요한 사색이 공존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천호진은 천국지원센터장과 염라, 두 인물을 오롯이 그려냈다. 센터장으로서 삶과 죽음 사이에 머무는 이들의 마지막 소망을 소박하지만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유기견 한 마리에도 세심한 온정을 기울였다. 죽음의 문턱에서 울먹이는 영혼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내밀고, 길 잃은 이에게는 명확한 선택의 길을 안내했다. 천국이 결코 끝이 아닌, 지나온 삶을 조용히 되짚는 여정임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말 한마디 한마디에 깊은 체온을 얹었다.

그러나 천호진은 염라로 분할 때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와 스타일, 장난기와 엄격함을 오가는 그 존재감은 한순간 천국의 일상에 번개와 긴장감을 몰고 왔다. 센터장이 전한 안정과 위로의 무드와 궤를 달리하며, 사후세계도 결코 단조로운 곳이 아님을 조금은 유쾌하게 보여줬다.
이처럼 천호진은 익숙해 보이면서도 낯선 공간 위에 삶의 미묘한 결과 인연의 무게를 더했다. 국민 배우라는 수식어답게 담담한 목소리와 진지한 감정선을 오가며, 코미디와 휴먼 드라마의 결을 한데 아울렀다. 관습적이지 않은 신선한 연기는 매 장면마다 진한 여운을 남겼고, 그의 등장은 시종일관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80세 모습으로 천국에 도착한 이해숙이 사랑하는 이와 재회하며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천호진은 그 안에서 사후세계의 안내자이자 심판자로 분하며, 인연과 용서, 그리고 인간의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무엇이 진정 소중한지 되묻게 만들었다. 장면마다 스며든 진심과 담백한 연기는 긴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지워지지 않을 명장면을 남겼다.
매회 깊은 감동과 사유를 자아내는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JTBC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