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모,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직전 준비 지시 정황”…특검, 대통령실·외교·법무부 압수수색
채상병 사건 외압 및 은폐 의혹을 둘러싼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이명현 순직해병특별검사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금지 해제 과정을 둘러싼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적하며, 대통령실과 외교부, 법무부 고위 인사들을 포함한 대규모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정치권은 이번 특검의 압수수색 대상이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특정됐다고 밝히며 정국이 격랑에 휩싸였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8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이종섭 전 장관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사임 과정의 불법행위 관련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압수수색 대상은 대통령기록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법무·외교부 일부 사무실과 대통령실 및 관련 부처 인사들이다. 정 특검보는 "대통령실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인사검증, 외교부 자격심사, 법무부 출금해제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혀 위법 행위 여부에 수사 초점을 맞췄다.

수사팀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 박행열 전 인사정보관리단장, 이재유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 주요 인사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중임을 공식화했다. 7일에는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차량과 휴대전화까지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이원모 전 비서관이 2023년 12월 7일 외교부에 연락해 호주대사 임명 절차를 준비하라고 했다"는 대통령실 행정관의 진술도 확보했다. 채상병 사건을 수사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마침 같은 날 이종섭 전 장관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요청했으며, 법무부가 이튿날 이 전 장관의 출국을 금지한 정황도 파악됐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2024년 3월 호주대사로 임명되자 곧바로 출국금지 해제 조치를 받았다.
이원모 전 비서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2024년 1월까지 대통령 인사비서관 직을 맡으며,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 인사 검증에도 실질적으로 참여한 인물로 알려진다. 정 특검보는 "인사비서관실과 외교부 사이에서 이종섭 전 장관의 대사 임명과 관련한 논의 정황을 확인해 압수수색을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정부가 이종섭 전 장관을 도피시키기 위해 호주대사로 임명했고, 이 과정에서 외압 및 불법 행위가 개입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검은 대사 임명, 인사 검증, 자격 심사, 출국금지 해제 각 절차에서 위법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이날 국회는 특검 수사 돌파구 마련 여부와 주요 인사의 피의자 전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여야는 사건의 전모 규명 필요성에는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특검 수사 범위와 향후 책임 소재를 두고 치열한 입장차를 보였다. 정치권은 특검의 압수물 분석과 소환조사 일정이 본격화됨에 따라 정국이 한층 요동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