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금리 5.15% 위협”…트럼프 감세·관세 후폭풍에 달러 회피 확산→세계 채권지도 격변 예고
세계 금융시장이 조용한 불안을 품은 채, 뉴욕의 이른 이슬처럼 짙은 긴장에 휩싸였다.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2013년 10월 이후 최고치인 5.15%에 육박하며, 월가의 공기는 무거워졌다. 미국 발 금리 역풍은 순식간에 대서양을 건너, 각국 자본 흐름을 교란하고 있다.
금번 파장의 심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막대한 감세와 예측 불가한 관세 정책에 있다. 미국 하원이 잇따라 감세 법안을 통과시키자 국가 재정의 건전성에 대한 회의가 확산됐다.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의 신속한 국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미국 채권의 전통적 안전자산 지위를 위태롭게 만들며, 달러인덱스를 100 아래로 끌어내렸다. 올해만 누적 8% 넘게 가치가 줄어든 달러를 바라보는 금융시장이, 마치 떠밀려 가는 듯 움직인다.

이제 자본은 미국을 떠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헤지펀드들은 미국 이외 자산 비중 확대에 주력하며, 유럽, 일본, 호주 등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시장으로 투자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아문디의 빈센트 모르티에 최고투자책임자는 “미국이 더 이상 유일한 안전자산이 아니다”라며,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6~7%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급이 확대되는 채권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더욱 가파른 금리를 요구하며, 미국 국채는 본래의 위상을 새롭게 시험받고 있다.
JP모건자산운용의 밥 미셸 최고투자책임자도 달러 비중 축소에 동조하며, 유럽 내 이탈리아·스페인 등 고수익 시장으로 시선이 옮겨가는 현실을 짚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린지 로스너는 달러의 법치주의적 안정성을 인정하면서도, 약세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설립자는 미국 정부 부채의 기하급수적 증가와 재정적자 확대에 경종을 울리며, “미국의 잠재적 위험은 시장 전체에 불안정성을 키울 것”이라 진단했다.
그 여파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사모펀드 KKR의 헨리 맥베이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미국 외 시장 다변화에 촉매가 됐음을 언급, 달러·국채·주식의 동반 약세가 투자자 경계심을 높였다고 진단했다. 미 국채금리의 급등은 미국 내 가계 및 기업의 대출 비용 인상으로 번지며, 경제 성장의 동력마저 흔들 수 있다.
재정당국의 이자 부담은 구조적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월가 전문가들은 미국의 재정 여건에 대한 불안이 길고도 깊은 그림자를 드리울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사회의 시각은 엇갈렸지만, 안전자산의 지도가 흔들리기 시작한 시대의 파고 속에서, 각국과 투자자들은 저마다의 항로를 새로이 그려가기 시작했다.
달러와 미국 국채에 드리운 변화의 그림자는, 세계 금융시장의 바람결마저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