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되찾다”…연덕춘, JGA 명예의 전당 헌액 추진→한국 골프 첫 우승자 복권
비 내리는 서울 프레스센터. 국내외 취재진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한일 골프계의 아픈 과거가 정식으로 수정되는 역사의 순간이 포착됐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행사에서 일본골프협회는 1941년 일본오픈 우승자를 연덕춘으로 공식 정정하며, 지금껏 감춰져 왔던 한국인 최초 국제대회 우승의 진실을 복원했다.
연덕춘은 일제 강점기였던 1941년, 일본프로골프 최고의 무대에서 노부하라 도쿠하루라는 일본 이름으로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일본골프협회 공식 기록에는 연덕춘 대신 일본 국적의 노부하라 이름만 남았다. 이에 국내 골프계와 유가족, 팬들은 연덕춘의 이름을 되찾고 업적을 올바르게 평가받고자 노력해 왔다.

2023년부터 한국프로골프협회와 대한골프협회가 일본골프협회에 연덕춘의 국적 및 이름 정정을 정식으로 요청했고, 마침내 광복 80주년과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는 특별한 해에 일본골프협회가 공식 동의했다. 야마나카 히로시 일본골프협회 최고운영책임자는 연덕춘이 자력으로 일본 이름과 국적을 선택한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 이번 조치는 선수 본인의 의사와 역사의 진정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일본골프협회는 올해부터 JGA 명예의 전당을 외국인에게도 개방하기로 결정했으며, 연덕춘은 “상징성이 큰 인물”로 헌액 후보로 유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명예의 전당 등재에는 국제 스포츠 단체들의 추가 검토 절차가 남아 있으나, 협회 측은 선수 본인과 유가족, 그리고 팬들의 숙원이었던 이 기록 복원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
이번 기록 정정은 골프를 넘어 한일 스포츠 교류사에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연덕춘의 이름이 공식 역사에 다시 새겨짐으로써 오랜 그늘이 걷히고, 스포츠가 갖는 화해와 치유의 상징으로 자리했다.
한편 일본골프협회는 연덕춘의 1941년 일본오픈 우승 인정에 이어 JGA 명예의 전당 헌액 절차도 면밀히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기록 수정이 아닌, 시대를 넘어선 정의와 화해의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한국과 일본 골프계 모두에게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차가운 빗방울이 내리는 서울 한복판. 침묵과 함께 눈시울을 붉히는 현장의 관계자들. 연덕춘의 영광과 아픔을 함께한 골프계는 이 순간을 통해 진정한 화해와 헌신의 의미를 되새겼다. 기록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 역사의 복원은 오랜 슬픔을 안고 살아온 이들의 기억 위에 새로운 희망을 남겼다. JGA 명예의 전당 헌액 여부는 향후 일본골프협회 공식 홈페이지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