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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 대숲에 잠기다”…담양이 선사하는 자연 속의 느린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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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 대숲에 잠기다”…담양이 선사하는 자연 속의 느린 산책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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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흐린 날씨에도 담양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예전엔 맑고 화창한 날에만 여행을 계획했지만, 지금은 빗방울과 구름이 만든 자연의 여유를 즐기고 싶어 담양을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전남 북부의 작은 고장 담양에는 그윽한 대숲과 고택, 그리고 시간이 빚은 정취가 어우러져 있다. 빗소리가 더해진 담양의 소쇄원, 그곳을 찾은 김지은(37, 서울) 씨는 “돌담길 위에 부드럽게 내리는 비와, 가만히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마음을 씻어준다”고 표현했다. SNS에는 대숲길을 거니는 인증샷, 우산을 들고 소쇄원을 산책하는 사진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담양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담양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실내 명소보다 자연공간, 전통 원림을 찾는 이들의 문의가 자신만의 감성을 채우려는 20·30대 사이에서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여행지에서의 평온함은 풍경뿐 아니라, 소리와 공기, 걸음의 속도까지 내려놓게 한다”며 “비 오는 날의 담양은 오히려 나만의 시간을 허락하는 특별한 경험이 된다”고 해석했다.

 

금성산성은 빗길 위에서 더욱 웅장해진다. 무심히 덧입혀진 이끼와 긴 성곽 사이로 올라서면, 일상을 잊고 오래된 시간 속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는 방문자도 많았다. 해 질 녘 담양호에 비친 붉은 노을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물들인다. 실제로 지역맘 카페엔 “흐린 날씨 속 산책이 오히려 가족과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였다”는 소감들이 이어지고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분주한 도심에선 느끼지 못했던 차분함”, “빗속에서 더 깊어진 대숲의 향”, “혼자 걷는 길이 이렇게 위로가 될 줄 몰랐다”는 고백이 이어지며, 담양의 조용한 풍경에 쉼을 얻었다는 반응이 다수다.

 

자연 속 느린 산책은 단순한 여정 그 이상이다. 대숲과 오래된 고택, 고요한 호숫가에서의 한 걸음 한 걸음이 각자의 마음에 작은 멈춤과 위로를 남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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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소쇄원#금성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