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일 우호 상징 이수현씨 묘 참배”…이시바 총리, 현직 최초로 추모 행보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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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감정선이 얽힌 한일 관계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한일 정상회담을 앞둔 9월 30일 부산 영락공원에서 ‘의인’ 이수현씨의 묘소를 참배하며 양국 우호 신뢰 회복에 메시지를 던졌다. 현직 일본 총리가 이수현씨 묘소를 공식적으로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이날 오후 제20차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오후 3시께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을 찾아 이수현씨의 넋을 기렸다. 헌화와 묵념을 마친 뒤, 그는 이수현씨의 어머니 신윤찬 LSH아시아장학회 명예회장과 짧게 대화를 나눴다. 신윤찬 명예회장은 "앞으로 미래 젊은 세대에는 양국이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이웃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인사말을 건넸고, 이시바 총리도 "양국이 더 가깝게 지냈으면 좋겠다"며 “장학회를 운영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는 후문이다.

이수현씨는 2001년 일본 유학 중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의인’으로, 양국 국민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이다. 당시 일본 언론과 국민은 한국인 유학생의 용기와 희생정신에 감명을 받았고, 이수현씨는 역사 갈등이 반복될 때마다 한일 우호의 상징이 됐다. 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무대신이 2010년,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가 2018년에 참배한 사례는 있었지만, 현직 총리의 직접 참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수현씨의 부모는 이후 일본 각계각층의 기부를 모아 LSH아시아장학회를 설립, 20여년간 1천여명의 아시아 유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올해 한일 수교 60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신윤찬 명예회장은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에서 정사를 맡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시바 총리의 이번 행보를 두고 양국 과거사 극복과 미래지향적 협력에 상징성이 크다는 평이 나온다. 신윤찬 명예회장은 "일본 총리가 아들의 묘를 직접 찾아 의로운 행동을 기린 것은 양국 관계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우호적인 관계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본 현지에서도 매년 1월 26일 신오쿠보역에서 이수현씨 추도식이 이어지고 있으며, 역 구내의 동판에는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 씨, 카메라맨 세키네 시로 씨는 인명을 구하려다 목숨을 바쳤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수현씨의 헌신과 가족의 노력은 영화 ‘가케하시’로도 제작돼 일본 전역에 상영되는 등, 양국을 잇는 가교로 재조명받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참배가 한일 수교 60주년이라는 시점과 맞물려 양국 젊은 세대를 잇는 상징적 메시지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번 부산 방문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내달 1일 출국할 예정이다. 양국 정부는 앞으로도 역사 문제 대화와 미래 협력 확대 방안을 지속 모색할 계획이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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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시게루#이수현#lsh아시아장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