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 베트남 유일 합법 오픈플랫폼 노린다…국영 VTCO와 손잡고 규제 뚫기
게임 유통 플랫폼 스토브가 베트남에서 규제에 정면 대응하는 로컬 합법 플랫폼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스마일게이트가 국영 미디어 그룹 계열사 VTCO와 손잡고 베트남 내 유일한 공식 오픈 게임 플랫폼을 표방하면서, 글로벌 PC게임 유통 시장에서 스팀 중심 구조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베트남 정부가 글로벌 전자 소프트웨어 배급 서비스에 대한 규제 강화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양사의 협력은 로컬 규제 친화형 플랫폼 모델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일게이트는 18일 베트남 국영 미디어 그룹 VTC의 자회사인 VTC 온라인과 스토브 베트남 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베트남 내 법률과 심의 절차를 모두 충족하는 유일한 오픈 게임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내세웠다. 스토브의 베트남 권역 진출과 함께, 국내외 게임 콘텐츠 제작사를 위한 합법 유통 채널을 제공하고 현지 유망 개발사 발굴까지 포괄하는 구조다.

협약식에는 스마일게이트 측에서 백영훈 스마일게이트 홀딩스 메가포트 부문 대표와 양성열 플랫폼 본부장이, VTCO 측에서 레 비엣 호아 CEO와 이용득 부사장이 참석했다. 베트남 문화관광체육부 레 꽝 뜨 조 국장도 자리해 정부 차원의 규제·심의 연계에 힘을 실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단순 퍼블리싱 계약이 아니라, 정책 당국과의 소통 채널을 전제로 한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라는 점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스토브 베트남 모델의 핵심은 오픈 플랫폼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현지 심의와 허가 절차를 전면적으로 반영하는 점이다. 글로벌 ESD 서비스가 하나의 서버와 정책을 기반으로 전 세계에 동일하게 콘텐츠를 배포하는 반면, 스토브 베트남은 베트남 전용 서비스 레이어를 두고 국가별 규제 차이를 기술적으로 분리하는 방향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글로벌 PC 게임과 모바일 게임을 한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지만, 개발사와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베트남 전용 버전 심의와 운영을 거친 뒤 서비스되는 방식이다.
이번 협력에서 스마일게이트는 플랫폼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제공한다. 계정·결제·콘텐츠 배포·패치 업데이트 같은 코어 기능뿐 아니라, 현지 규제 준수를 위한 연령 제한, 이용 시간 관리, 콘텐츠 필터링도 시스템 수준에서 구현할 예정이다. VTCO는 국영 미디어 그룹 계열사로서 확보한 심의·관리 역량과 e스포츠·페이먼트·미디어 네트워크 인프라를 활용해 베트남 정부 당국과의 조율, 현지 마케팅, 고객 지원 등을 맡는다.
VTCO는 이미 스마일게이트 대표 IP인 크로스파이어의 베트남 서비스 CFVN을 장기간 운영하며 안정적인 퍼블리싱 역량을 입증했다. 베트남 PC방과 e스포츠 장면에서 크로스파이어는 여전히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VTCO는 이 과정에서 확보한 이용자 데이터와 마케팅 채널을 스토브 확산에 재활용할 수 있다. 스토브 입장에서는 기존 글로벌 서비스에 베트남 전용 채널을 덧입히는 형태로, 비교적 짧은 기간에 현지화된 플랫폼을 가동할 수 있는 셈이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오픈 플랫폼에 대한 심의·관리 강화를 추진하며, 글로벌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전자 소프트웨어 배급 서비스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해외 서버 기반으로 게임을 배포하고 과금하는 구조에 대해 이용자 보호와 콘텐츠 검열, 세수 확보 문제를 이유로 통제 강도를 높이는 추세다. 이런 환경에서는 스팀과 같은 글로벌 ESD가 정식 허가를 얻기 어려운 반면, 국영 기업과의 합작 형태로 규제를 포함한 유통 전체를 설계하는 모델은 상대적으로 수월한 진입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사는 협약에 따라 베트남 환경에 맞는 합법 오픈 게임 유통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한다. 내년 2분기 스토브 베트남 베타 론칭을 목표로 하되, 초기에는 검증된 기존 인기 타이틀과 국산 게임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하고, 이후 현지 인디 개발사와 중소 개발사를 순차적으로 편입하는 로드맵이 거론된다. 특히 베트남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외 게임 제작사에게는 스토브 베트남이 실질적인 단일 창구 역할을 할 수 있어, 퍼블리싱 채널 다변화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 측면에서 스토브 베트남은 스팀 대체 플랫폼을 지향한다. 글로벌 PC게임 유통에서 스팀이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지만, 베트남처럼 규제가 강한 지역에서는 로컬 합법 플랫폼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현지 결제 수단과 언어, 고객 지원을 갖춘 플랫폼을 더 선호할 여지가 크고, 개발사는 지역 규제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마케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국영 미디어 네트워크와 연계한 프로모션, e스포츠 대회, 인플루언서 방송 등이 패키지로 제공될 경우, 글로벌 플랫폼 대비 현지 밀착도가 높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글로벌 경쟁 구도를 보면, 중국과 동남아 여러 국가에서도 유사한 규제 친화형 게임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로컬 퍼블리셔와 합작한 형태가 아니면 외산 게임의 진입 자체가 어려운 구조로 재편됐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여전히 스팀과 에픽게임즈스토어, 콘솔 디지털 스토어가 주류지만, 데이터 국지화와 콘텐츠 심의 기준 강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모바일 앱 마켓에서도 각국 정부가 자국 내 서버와 결제 체계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스토브 베트남 모델은 이러한 규제 환경 변화를 반영한 지역 특화형 플랫폼 전략의 사례로 분석된다.
규제와 제도 측면에서 스토브 베트남의 핵심 쟁점은 콘텐츠 심의와 데이터 관리다. 베트남 문화관광체육부의 게임 등급 분류, 폭력성·도박성 콘텐츠 제한, 청소년 보호 정책을 플랫폼 설계 단계부터 반영해야 한다. 또한 이용자 데이터의 베트남 내 저장과 활용 범위, 국외 전송 제한 등 데이터 로컬라이제이션 규정도 충족해야 한다. VTCO가 국영 그룹 계열사라는 점은 정부와의 규제 협의, 인증 취득 과정에서 신뢰도를 높여주는 요소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스토브 베트남이 실제로 유일한 합법 오픈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경우, 국내 게임사의 동남아 진출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기존에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일괄 론칭 후, 국가별 규제 이슈가 발생하면 개별 대응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베트남처럼 규제가 선제적으로 강화된 시장에서는 초기부터 로컬 플랫폼과 협력 구조를 구축해야 하는 만큼, 퍼블리셔·플랫폼 선택 전략이 다층화될 수 있다.
백영훈 스마일게이트 홀딩스 메가포트 부문 대표는 스마일게이트의 플랫폼 역량과 VTCO의 현지 네트워크, 규제 전문성을 결합해 이용자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유통 환경을, 개발사와 퍼블리셔에게는 안정적인 서비스 인프라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스토브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게임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게임 업계는 스토브 베트남 모델이 규제가 강한 신흥 시장에서 새로운 표준으로 확산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플랫폼 기술과 현지 규제, 국영 미디어 인프라가 복합적으로 얽힌 이번 시도가 스팀 중심 글로벌 유통 질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리고 한국 게임사가 주도하는 로컬 합법 플랫폼 모델이 다른 국가로 확대될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남는다. 산업계에서는 기술과 규제, 글로벌 플랫폼과 로컬 플랫폼 간 균형이 동남아 게임 시장 성장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