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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 수치가 증명”…이치로, 명예의 전당서 새 역사→만장일치 문턱 웃으며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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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 수치가 증명”…이치로, 명예의 전당서 새 역사→만장일치 문턱 웃으며 넘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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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스타운의 여름밤, 수많은 야구 팬들이 익숙한 51번의 이름을 외쳤다. 스즈키 이치로가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 새겨진 394표 중 393표, 득표율 99.7%라는 숫자는 그가 세운 수많은 기록들만큼이나 단단한 믿음이었다. 눈길을 끌었던 유쾌한 농담 한마디가 울려퍼지자, 경기장은 격려와 찬사의 물결로 가득 넘쳤다.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서 열린 이번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이치로는 일본 선수 최초로 위대한 자리에 올랐다. 그는 헌액 연설에서 자신을 만장일치로 투표하지 않은 한 기자를 향해 저녁 초대 만료를 선언하며 특유의 위트로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치로는 "3천 안타도, 시즌 262안타도 모두 인정받은 기록이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라며 현장에 웃음을 더했다.  

“99.7% 득표 헌액”…이치로, 명예의 전당 입성 공식 발표 / 연합뉴스
“99.7% 득표 헌액”…이치로, 명예의 전당 입성 공식 발표 / 연합뉴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에서 이치로는 394표 중 393표라는 압도적 선택을 받았다. 단 한 표의 아쉬움 속에서도 이치로는 투표 직후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은 기자에게 직접 저녁 식사를 제안하는 넉넉함을 보여줬고, 헌액식 현장에서는 다시 한 번 그 인연을 이야깃거리로 삼았다.  

 

이치로와 함께 명예의 전당의 새 주인공이 된 이는 왼손 투수 CC 사바시아와 풀타임 마무리 투수 빌리 와그너였다. 사바시아는 무려 342표, 득표율 86.8%로 입성했고, 와그너 역시 마지막 도전에서 325표(82.5%)로 높은 지지를 얻었다.  

 

이치로는 감회를 전하며 "명예의 전당은 내게 원래 목표가 아니었고, 처음엔 그런 것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2001년 쿠퍼스타운을 방문한 이후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게 꿈만 같다"고 털어놨다. 2015년 마이애미에서의 마지막 계약을 언급하면서는 "그런 구단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고 말해 관중을 다시 한 번 미소 짓게 했다.  

 

그의 커리어는 수치를 넘어선 메시지로 남았다.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시작해 메이저리그 19시즌 동안 통산 타율 0.311, 3,089안타, 117홈런, 780타점, 509도루. 2004년의 262안타는 메이저리그 역대 단일 시즌 최다 신기록이다. 10년 연속 200안타, 10년 연속 골드글러브 수상 역시 누구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대기록이었다. 일본프로야구(NPB) 1,278안타를 합쳐 통산 4,367안타, 이는 메이저리그 최다 안타 보유자 피트 로즈를 뛰어넘는 환상적인 기록이다.  

 

이치로는 "45세까지 운동장을 누빌 수 있었던 비결은 치열한 준비와 헌신 덕분이었다. 팬들이 경기장에 발걸음을 하는 한, 승패와 점수와 관계없이 내 모든 것을 쏟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야구는 더 많이 치고, 던지고, 뛰는 것 그 이상이었고, 내게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해준 특별한 스승이었다"고 남겼다.  

 

이치로의 전설적인 헌액식에는 동료들의 감동 어린 메시지가 이어졌다. 사바시아는 2001년 이치로에게 밀렸던 신인상 투표를 언급하며 “내가 마지막 흑인 20승 투수, 그리고 마지막 흑인 헌액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와그너 역시 “키도 작고 기대받지 못했던 순간들이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은 끝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감회를 전했다.  

 

쿠퍼스타운의 박수와 환호 속에서 이치로는 말없이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수많은 기록과 웃음이 더해진 하루였다. 이치로의 여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의 이름은 앞으로도 메이저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묵직하게 채워갈 예정이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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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로#명예의전당#쿠퍼스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