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0선 무너진 코스피…중동 격랑에 원화 약세, 금융시장 불안 확대
흔들리는 고요, 금융시장이 다시 출렁인다. 6월 13일, 코스피와 원화는 동시에 약세로 돌아섰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지며 긴장감이 증폭된 한낮, 중동 지역의 흐릿한 전운이 국내 금리와 환율, 지수까지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2,930.57에서 시작했으나 급격히 방향을 틀어 수직 하락했다. 7거래일 연속 8.24% 오르며 질주하던 상승 행진도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소식에 제동이 걸렸다. 언제나 급류 속에서 가장 먼저 움직이는 투자자들은 방향을 바꾸었다. 기관은 5,164억 원, 외국인은 399억 원을 미련 없이 내놓았다. 대신 개인 투자자는 5,533억 원어치를 품으며, 불확실성의 풍랑 위에서 고독하게 방어선을 구축하는 모습이었다. 주체별 매매 흐름 곳곳에 위험 회피의 무게가 또렷이 담겼다.

환율 역시 민감하게 반응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55.0원에서 출발했다가, 장중 1,360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중동발 불확실성이 퍼지며 안전자산 선호가 짙어졌고, 원화는 더욱 고요히 물러서는 듯 뒷걸음쳤다.
원유와 금이 다시 빛을 발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단숨에 배럴당 75달러를 넘으며, 하루 만에 10%를 웃도는 상승률을 보였다. 연이은 가격 급등은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 우려를 방증한다. KRX 금시장에서도 1kg짜리 금 현물 가격이 1g당 15만 원을 넘어서며, 전일 대비 2% 이상의 힘찬 상승세를 연출했다. 새로운 위험이 다가올 때 자본은 다시 한 번 오랜 본능을 찾아 귀금속의 품으로 몰린다.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은 달랐다. 비트코인은 1억 4천만 원대, 이더리움은 340만 원대로 각각 1%와 5% 넘게 내렸다. 투자자들은 고요히 위험자산을 내려놓고, 조금 더 견고한 곳을 찾는 모습이다.
중동의 전운은 13일 새벽, 이스라엘이 이란 내 나탄즈 핵물질 농축시설 등 수십 곳을 선제 공격했다는 공표와 함께 시작됐다. 이란이 핵시설 공격을 명백한 금지선으로 선포해온 만큼, 이번 사태 이후 보복 가능성이 드리워졌다. 이스라엘 당국은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위기 대응이 시시각각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순식간에 긴장지수의 한계를 넘어섰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이 핵 프로그램 협상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군사 행동은 시장에 조정의 명분을 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 이란 간의 전면전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안전자산 선호가 심화돼 달러 강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 주재로 이날 오후 긴급상황점검회의가 예정돼 있다. 정부와 시장 모두 미국의 관세 정책 방향에 이어, 중동에서 비롯된 또 다른 지정학 리스크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긴박하게 변화하는 지정학의 흐름은 소비자, 투자자, 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준비와 신중함을 요구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이 금융시장에 미묘한 균열을 남기는 순간, 우리는 다시 한 번 위험 회피의 본능과 대응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 다음 주 발표될 미국의 정책 지표와 이란의 추가 대응 등이 금융시장에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어, 개개인 모두 섬세한 주의를 기울일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