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조7천억 테슬라 AI칩 수주”…삼성전자, 첨단 공정 투자로 파운드리 적자 탈피 신호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22조7,648억 원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역대 최대 규모의 이번 수주는 첨단 공정 경쟁력 강화와 파운드리 부문 적자 해소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3년 12월까지 8년 1개월간 테슬라의 자율주행용 AI6 스마트 칩 등을 미국 텍사스 테일러 신공장에서 생산한다. 계약 금액은 2023년 삼성전자 연간 매출액(300조8,709억 원)의 7.6%에 달하며, 단일 고객 계약 기준으로는 유례없는 수준이다.

이번 수주에 따라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2나노미터 첨단 공정을 테일러 공장에 본격 적용하며 테슬라의 차세대 완전자율주행(FSD) 차량용 칩 생산을 전담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삼성의 텍사스 신공장이 테슬라의 AI6 칩 생산에 집중할 것”이라며 양사 협력 강화를 시사했다.
업계에선 이번 계약이 최근 수 분기 파운드리 부문의 영업적자가 이어졌던 삼성전자에 중요한 돌파구로 작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2분기 영업이익은 1조 원 미만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대형 고객 확보와 첨단 공정 양산을 통한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67.6%, 삼성전자가 7.7%로, 중국 SMIC(6.0%)가 빠르게 추격 중이다. 반면 경쟁사 인텔은 독일·폴란드 신규 공장 건설을 잇달아 취소하며 2분기 파운드리 부문에서 31억7,000만 달러 영업손실을 기록, 투자 속도조절에 나섰다. 이에 삼성전자의 공격적 수주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글로벌 대형 고객과의 초대형 계약은 단순 수주를 넘어 삼성전자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의 분기점”이라며 “특히 인텔이 후퇴한 시장에서 삼성의 사업 확장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계약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직후 이뤄진 점도 재계의 관심사다. 이 회장은 사법 리스크 해소 이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확대와 AI 전략 사업에 집중하는 ‘뉴삼성’ 비전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고경영자가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며 그룹 경쟁력 회복과 현안 대응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든 가운데, 파운드리 수주 확대·첨단 공정 도입에 실적 반등의 기대를 걸고 있다.
향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AI 전환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추가 파운드리 대형계약 및 공정 투자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