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 예측 너머로 나아가다”…나 혼자 산다 봉사 현장 속 후배들과 감정의 파장→진짜 변화는 어디서 시작될까
아침 햇살이 건물 외벽을 따뜻하게 감싸던 때, 기안84는 페인트와 롤러를 손에 쥔 채 조심스레 한 걸음씩 보육원으로 들어섰다. 붓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설렘과 소박한 책임감이 수원 보육원 곳곳에 스며들었고, 후배들과 나누는 소소한 농담과 미소는 그 벽면 앞에 잔잔하게 깔렸다. 작년 강연으로 맺은 인연을 계기로 함께 한 후배들도 봉사의 현장에 동참해, 공간을 한층 더 생동감 있게 물들였다.
기안84는 이미 몇 해 전부터 이곳과 기부 인연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번엔 후배들과 함께 직접 아이들을 위한 벽화 작업에 나섰다. 낯선 도구와 붓질 사이, 그는 “특별히 의뢰받은 일”이라는 말로 그 무게를 전했고, 후배 역시 부지런히 아이디어와 스케치를 펼쳤다. 빠르게 그려지는 밑그림 아래 기안84의 진지한 눈빛이 겹쳤고, 그는 “미술은 정답이 없다”고 조언하며 현실적인 위로의 말을 건넸다.

색으로 채워지는 흰 벽 앞에서 각자의 방식이 뚜렷이 드러났다. 후배들은 활기차게 색을 더하고, 그는 집중하며 한 획 한 획을 차분히 쌓았다. 작업이 이어지는 동안 장난스러운 웃음과 때로는 침묵이 교차했고, 봉사라는 이름 아래 기안84와 동료들의 서로 다른 온도가 감도는 순간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기안84는 채색보다는 스케치에 몰두해 벽 앞을 떠나지 못했다. 어느새 세 시간이 훌쩍 지났고, 완벽을 향한 집념과 고뇌가 표정에 고스란히 번졌다. 급기야 그는 바닥에 누운 채 생각에 잠겼고, 현장은 잠시 숨죽인 듯한 정적에 잠겼다. 정갈하게 정돈된 외양과 달리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진짜 감정의 반전이 그 자리에서 포착됐다.
오늘의 봉사는 사람과 예술, 그리고 관계 안에 깃드는 다양한 색을 보여줬다. 후배들과의 농담에서 사뭇 진중한 고민까지, 가벼움과 묵직함이 서로 뒤섞인 풍경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쉽게 말할 수 없는 따뜻함과 씁쓸함의 여운, 그리고 기안84가 보여준 인간적인 고참의 모습이 시청자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더하고 있다.
알록달록 물든 벽과 그보다 더 선명하게 남은 각자의 감정은, 시청자에게 작지만 소중한 변화의 시작을 떠오르게 한다. 이번 봉사 현장은 23일 오후 11시 10분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