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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 처방 등 논란”…의협, 대의원회에 결정권 이양 → 의료계 투쟁 동력 재정립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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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 처방,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검체검사 수탁 제도 개정 등 최근 의료정책 변화가 의료계에 깊은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범의료계 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 출범과 전국의사대표자대회로 강경 대응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내부 결정 구조와 의견 분열 속에 대의원회 판단에 최종 결정권을 넘기고 일단 연기하는 신중 기조를 보였다. 업계는 이번 기조 전환을 “의료계 투쟁 동력 재정립의 분기점”으로 평가한다.

 

16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성분명 처방 등 보건의료 정책 저지와 관련한 조직 대응 수위를 임시대의원총회에 일임한다고 밝혔다. 집행부 주도로 강경 노선을 예고했던 기존 방침은 내부 의견 충돌에 따라 대의원 중심의 합의 절차로 선회됐다. 의료계 투쟁 전략의 동력을 온전히 결집해 추진력을 갖추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이러한 조정 배경엔 의협 내부의 갈등이 자리한다. 집행부-대의원회 간 입장차가 두드러진 만큼, 단일 방향으로 힘을 모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회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의견을 하나로 모아 총력 대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임총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핵심 이슈인 성분명 처방 제도는 의사 고유의 처방권 문제와 직결된다. 기존에는 제약사의 오리지널약 및 복제약명을 처방전에서 명확히 구분했다면, 성분명 처방은 동일 성분이면 어떤 제약회사의 약이든 대체 및 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정책이 실제로 도입될 경우, 의사의 약 선택 재량과 환자의 약물 경험 일관성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의료계 해석이다.

 

또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 등 한방 진단 행위의 합법화 움직임, 그리고 혈액·분변 등 검체검사 위수탁 구조 개편도 쟁점이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상임위 문턱을 넘긴 데 대해, 의협은 “위험하고 비상직적인 발상”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한편, 검사 수탁 수수료 폐지 논의와 관련,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원급 의료기관 붕괴 우려도 피력했다.

 

글로벌 의료계에서도 처방권, 진단장비 사용 권한, 검체 수탁 등 주요 쟁점별로 각국 의료 전문가 간 의견 차가 존재한다. 미국·유럽 주요 국가는 전문 직역별로 처방 및 진단권한의 분리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추세다. 국내 논의 역시 직역 간 권한 배분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사안은 의료계 내부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대의원회와 집행부의 역할 재정의, 현장의 정책 수용성 등 제도적 신뢰를 다시 묻는 계기로 주목된다. “투쟁의 방법론은 대의원회가 결정할 것”이라는 김택우 회장 발언처럼, 의협 내 협력과 전략 결속이 관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논란이 단순 집단행동 차원을 넘어, 의료정책과 전문성 경계, 직역 간 조정 모델의 새 기준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정책 결정 구조의 투명성과 효율성, 그리고 국민 신뢰 회복이 향후 의료 산업 발전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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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성분명처방#범대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