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처의 증언, 31년 만에 공개”…이춘재 ‘괴물의 시간’이 남긴 경고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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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만에 이춘재의 전처가 직접 입을 여는 장면이 담기며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이면이 새롭게 드러났다. SBS 크라임 다큐멘터리 ‘괴물의 시간’ 2부는 피해자의 가족이자 가장 가까운 목격자인 전처의 증언을 내세워 연쇄살인범의 내면과 사회 구조의 허점을 조명했다.

 

‘괴물의 시간’ 2부는 11월 2일 밤 SBS를 통해 방송됐다. 이 방송에서 이춘재의 전처는 결혼 생활 당시의 평범함에서, 점차 드러난 ‘괴물’의 본모습까지 충격적인 경험을 털어놨다. “나는 왜 안 죽였을까?”라는 전처의 질문은 피해와 생존, 목격이 겹친 개인의 고통과 올해까지 이어진 혼란을 대변했다. 동창, 이웃, 직장 동료 등 주변인들도 이춘재가 보인 이중적 태도와 일상에 감춰졌던 특이한 행적을 비롯해 구체적인 증언을 최초로 밝혔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괴물의 시간 1부’ 살인마 이춘재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괴물의 시간 1부’ 살인마 이춘재

수사팀은 심문 과정에서 이춘재의 명예욕, 현시욕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이춘재는 직접 ‘살인 12+2, 강간 19, 미수 15’라는 자필 숫자를 쓰며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화성 3·4·5·7·9차 사건에서 수집된 DNA와 치밀한 수사 기법을 통해 법적 증거를 확보했다. 그러나 이춘재가 자신의 범죄 동기로 내세운 ‘어린 시절 피해 경험’에 대해서는 나원오 전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과장과 전문가들이 자기 합리화로 측면에 방점을 찍었다. 전문가들은 “유년기의 피해 경험이 관계 형성에는 영향을 주지만, 연쇄살인의 직접 원인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다큐는 단순 범죄 재구성을 넘어, 범죄자 내면의 증오와 왜곡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 집단의 트라우마까지 다각도로 접근하며 범죄 예방과 재발 방지의 과제를 던졌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이춘재가 직접 쓴 범행 숫자를 보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탐사보도의 힘을 다시 느꼈다”는 등 깊은 반응을 보였다. 제작진은 “한국 사회가 외면해온 집단적 상흔을 직시하고, 범죄 앞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근본적 질문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연쇄범죄의 피해 가족이 감내한 고통, 사회에 남은 집단적 상흔,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대안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한국 사회의 범죄 대응 체계와 재발 방지 노력이 당분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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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sbs괴물의시간#화성연쇄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