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둘러싼 여야 정면 충돌”…정청래 대표 체제 속 ‘필리버스터 정국’ 격화
방송법 처리를 두고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반된 입장을 고수하며, 격렬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법안 상정과 동시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하면서 국회는 약 1년 만에 ‘필리버스터 정국’으로 재진입했다. 향후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등 주요 쟁점 법안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라 정치권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가운데 방송법을 최우선 상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에게 방송을 돌려준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법안 처리를 강행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장악 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신동욱 의원은 “민주당 성향의 시민단체, 민주노총에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언론개혁·방송개혁인가”라며 “개혁이라는 말은 제발 하지 말고, ‘우리 방송·민주당 방송·민주노총 방송 만들기 프로젝트’라고 불러달라”고 발언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방송3법은 윤석열 정권이 21대, 22대 국회에 걸쳐 두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이라며, “방송이 권력기관과 정권이 아닌 주권자인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맞섰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은 현재 180석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돌입해도 국회법상 24시간이 지나면 표결로 종결시켜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실제로 민주당은 토론 시작 2분 만에 종결 동의서를 국회에 제출해, 형식적 저지 선에서 빠르게 처리에 나설 태세를 보였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현, 노종면 의원 등도 방송법 통과를 위한 대응 토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법 표결 이후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등도 본회의 상정을 기다리고 있어, 8월 국회는 주요 법안마다 여야 격돌 양상이 반복될 전망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정청래 대표 체제 출범과 함께 ‘대야 강경 노선’을 천명했다. 정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개혁으로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지켜내겠다”며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은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고 발언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개혁 드라이브를 정치공세로 규정하며, “이재명 정부의 세금 폭탄”과 “입법 독주”라는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업을 옥죄는 입법 강행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의 정책 추진을 정면 비판했다.
여야 대립이 지속되는 가운데, 8월 국회는 각종 쟁점 법안을 두고 치열한 입법 전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은 “협치 실종”이란 우려 속에서 극한 대치를 거듭하고 있어, 향후 민심의 향배와 정국 주도권에 미칠 영향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