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저용량 가격 전쟁”…노보 노디스크, 위고비 40% 인하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수용체 계열 비만 치료제의 국내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마운자로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블록버스터 의약품 위고비의 저용량 공급가를 기존 대비 최대 40%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업계는 이번 가격 조정이 고가 비급여 의약품 위주였던 국내 비만약 시장에 새로운 가격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 분석한다.

노보 노디스크제약은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0.25mg 등 저용량 옵션 도매 공급가를 약 22만원대로 낮춰, 다음 주 국내 출시를 앞둔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에 맞설 계획이다. 현재까지 위고비는 0.25~2.4mg 5종 모든 용량이 펜 당 약 37만원으로 공급됐다. 그러나 새 인하 방안에 따라 용량별로 10~40% 차등 할인율이 적용되며, 시작용량 0.25mg에 가장 높은 인하율을 책정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마운자로 2.5mg 시작용량의 4주분 도매가(약 28만원) 대비도 저렴한 수준이다.

‘마운자로’는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티드)·GLP-1 이중 효능 기반으로 위고비보다 후발주자이지만, 72주 임상에서 체중 감소효과(최대 22.5%)를 입증하며 출시 전부터 시장 점유율 확장에 집중해 왔다. 마운자로는 4주분 기준 주요 유지 용량 5mg 가격을 37만원 이하, 고용량 제품을 50만원대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빠른 초기 시장 침투와 수요자 확보를 위해 저용량 가격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실제 환자 구매 가격은 의료기관·약국 마다 달라 40만원대에서 60만원대까지 다양하게 형성돼 있다. 현행 비급여 체계에서는 제약사 도매 공급가와 실제 처방가가 다르지만, 도매가 조정 자체가 대규모 시장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와 소비자 모두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GLP-1 기반 위고비는 임상연구에서 68주간 매주 1회 투여 시 평균 14.9%의 체중 감소 효과를, GIP·GLP-1 이중효능제인 마운자로는 72주 투여 시 최대 22.5%의 감량 효과를 기록했다. 다만 구토, 설사, 두통, 변비 등 부작용도 보고됐고, 드물지만 급성췌장염 위험도 확인된 바 있다. 국내 허가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 또는 당뇨·고혈압 등 동반질환을 가진 BMI 27 이상 성인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GLP-1 계열 비만약 가격 및 접근성 경쟁이 본격화됐다. 미국, 유럽 등에서도 저용량·장기처방군을 중심으로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가격 전략이 연이어 도입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제약 관계자는 “치료 지속성과 접근성을 고려해 출고가를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비만 치료의 약가 현실화와 접근성 제고가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적용 확대 논의, 환자 치료 지속률 개선 등 산업적 파급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가격 경쟁 구도가 실제 환자 부담 경감과 시장 확대에 얼마나 기여할지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