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채상병 사건 보고에 강하게 격분”…왕윤종 포함 세 명 ‘VIP 격노설’ 인정

채상병 사건 수사방해 의혹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당시 대통령이었던 윤석열의 ‘VIP 격노설’을 인정하는 핵심 관계자 진술이 연이어 나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 배석했던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이 순직해병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화내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16일 법조계가 전했다. 

왕윤종 전 비서관은 2023년 7월 31일 진행된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한 인물이다. 전날인 15일 오후 참고인 자격으로 특검에 출석한 그는 6시간에 걸친 조사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채상병 사망 사건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한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에게 화를 냈고, 임 전 비서관 외 다른 참석자들에게 회의실에서 나가라고 했다”고 특검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회의 현장에 참석했던 인물 중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장면을 인정한 이는 세 명으로 늘었다. 

앞서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은 지난 11일 특검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채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크게 화를 냈다”고 기존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이충면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 또한 14일 특검 출석 이후 “윤 전 대통령이 크게 화내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VIP 격노설은 핵심 회의 참석자들의 직접 증언으로 신빙성을 더했다. 

정치권에서는 세 번째 ‘격노’ 진술자를 통해 VIP 회의의 실제 분위기와 수사방해 의혹의 물증이 보강됐다는 평가다. 야권은 “사의적 수사 개입 의혹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라며 특검 수사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고, 여권에서는 “감정적 반응과 실제 외압 여부는 별개”라며 방어 논리를 폈다. 전문가 그룹 사이에도 “대통령실의 정무적 판단이었던지 수사에 실질적 영향이 있었는지 추가 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검팀은 이 같은 핵심 관계자 진술을 토대로, 채상병 사망 사건 관련 수사외압 의혹의 시작점이 된 ‘VIP 회의’의 실체 해명에 한층 속도를 낸 모양새다. 조만간 조태용 전 국정원장과 임기훈 전 비서관 등 다른 참석자들에 대한 추가 소환 조사가 예정돼 있다.

정국이 VIP 격노설 파문으로 재차 격랑에 휘말린 가운데, 이번 진술 확보를 계기로 특검팀 수사 결과와 향후 정치권 파장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