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盧정부 데자뷔 우려”…더불어민주당, 부동산 내로남불 논란 방어에 고심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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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래 규제 강화책인 10·15 대책 발표 후, 더불어민주당이 시장의 동요와 민심 이반 조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초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정책이 일부 여권 인사의 고가 아파트 보유 사실과 맞물리면서 ‘내로남불’ 논란까지 점화되는 분위기다. 

 

22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동산 이슈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정청래 대표는 정부 대책 발표 직후 일주일 넘게 회의석상과 소셜미디어 등에서 관련 발언을 자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지난 16일 “수억, 수십억 빚 내서 집 사게 하는 것이 맞느냐”며 정부 대책을 옹호한 뒤, 송파구 고가 아파트 보유 사실이 알려지자 야당의 역공에 직면한 뒤로 부동산 관련 공개 발언을 삼가고 있다. 

민주당은 정책 설계자와 고위 관료들의 ‘설화’와 관련한 후폭풍 차단에도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대출 규제로 불만이 커진 실수요자 민심에 시장과 괴리된 발언이 더해져서다.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이 “지금 사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시장이 안정돼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차관이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논란은 더 확산되고 있다. 당일 최고위회의에서 한준호 최고위원이 “이 차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공개 사과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수도권을 비롯한 중도층 표심이 부동산 정책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정권 재창출이 무산된 데도 사실상 부동산 정책 실패가 컸다”는 당내 평가가 나오면서다. 한 초선 의원은 “내로남불 프레임에 갇히면 문정권 데자뷔가 되는 것”이라며 정부 고위 인사들의 주택 보유 논란을 “안 좋은 신호”라고 우려했다.

 

정책 방어전도 달아오르고 있다. 야권이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비판하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15억원 이하 주택과 신혼부부, 생애 최초 구입자는 현행 정책을 유지한다”며 “투기 방치야말로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동시에 민주당은 연내 대규모 공급 대책 발표를 준비 중이다. 규제 일변도 정책만으론 집값을 묶기는 어렵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서울·경기 유휴 부지까지 긁어모아 공급 대책을 고민할 만큼 절박하다”며 “도심 공공 부지나 폐교, 면허시험장, 우면산 그린벨트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세제 개편 등 추가 부동산 세정 변화에 대해서는 지도부가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도 “집값 안정을 위해선 세제 논의도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진성준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집값을 못 잡는 것이 오히려 선거에 더 큰 위험이 된다”고 밝혔다.

 

여당의 부동산 기조가 정국 주도권과 내년 선거를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회는 공급대책 구체화와 정책 실효성 점검에 방점을 두고 추가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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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부동산정책#내로남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