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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포조어 촘대낚시부터 칠머리당영등굿까지”…제주 산지천축제에서 만나는 세대공감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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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포조어 촘대낚시부터 칠머리당영등굿까지”…제주 산지천축제에서 만나는 세대공감의 시간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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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산지천 물길을 따라 나란히 걷는 가족, 전통을 이어가는 어르신들의 소망이 잔잔히 퍼진다. 예전엔 그저 동네 하천이었던 산지천이, 요즘에는 사람들 마음속 편안한 쉼터이자 축제의 무대가 됐다.

 

요즘 제주시 중앙로3길 일대에는 산포조어 촘대낚시와 칠머리당영등굿을 직접 체험하려는 발길이 이어진다. 주민과 여행객이 분수대 물놀이에서 웃음을 나누고, 어른들은 짚배 만들기에서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동네 벼룩시장과 아이들을 위한 체험부스는 세대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공간이 된다. 사진을 찍으며 소소한 추억을 남기는 사람들, SNS엔 축제 인증샷이 연이어 올라온다.

산포조어 촘대낚시부터 칠머리당영등굿까지…‘산지천축제’, 제주시에서 펼쳐진다
산포조어 촘대낚시부터 칠머리당영등굿까지…‘산지천축제’, 제주시에서 펼쳐진다

이런 변화는 지역 공동체의 가치에도 영향을 미쳤다. 산지천 일대는 옛 건입동의 젖줄이라 불리던 곳. 축제는 이를 기억하며 건입동민속보존희의 길트기 행사로 문을 연다. 칠머리당영등굿은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제주 고유의 제의. 이번 축제에서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하는 제례의식은 서로의 일상에 깊은 울림을 준다. 제주시는 올해 축제를 ‘모두의 마을잔치’로 만들자며, 준비 과정에 주민 목소리를 적극 반영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로컬 공동체의 부활’이라 설명한다. 제주문화연구소 관계자는 “지역의 전통을 아이들과 함께 체험하는 순간, 그 삶이 현재로 이어진다는 감각이 있다. 축제의 본질은 그런 연결에 담긴다”고 말했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최근 들어 가족 단위의 지역축제 참여가 부쩍 많아졌다”는 반응이다. “칠머리당영등굿을 처음 봤는데, 세대가 함께 의미를 나누는 시간이 좋았다”, “아이에게 촘대낚시와 짚배 만들기를 직접 가르칠 수 있어 뜻깊었다”는 체험담도 이어졌다.

 

축제의 밤이 오면 세대가 함께 즐기는 무대와 음악, 다양한 향토음식까지 이어진다. 댓글 반응도 따뜻하다. “산지천이 제주만의 정서를 다시금 살려주었다”, “이젠 동네 축제가 온 가족 주말 코스가 됐다”고 공감하는 글이 많다.

 

삶의 터전에서 출발한 산지천축제는 사소한 일상의 기쁨과 오래된 기억, 그리고 새로운 세대문화를 섞어낸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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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천축제#칠머리당영등굿#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