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 정밀지도 수출 쟁점”...정부, 보안해법 공방→심사 결과 주목
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둘러싼 IT산업의 전환점에 애플이 다시 한 번 중심에 섰다. 애플이 최근 정부의 안보 우려 해소 요구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그동안 무게추가 기울었던 구글의 전략에도 변수가 생겼다. 한국 정부는 글로벌 빅테크와 안보, 기술 주권, 무역 질서라는 복합적 과제를 두고 결정의 막바지에 들어섰다.
애플은 지난 16일, 국토지리정보원에 1대5000 수치지형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신청하며 국내 지도 품질 제고와 글로벌 서비스 혁신을 목표로 내세웠다. 애플은 아이폰 ‘나의 찾기’ 기능과 애플페이, 카플레이 등 다양한 서비스에서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으며, 현재 티맵모빌리티와 협력해 지도 서비스를 국내에 제공 중이다. 지도 데이터의 자체 고도화와 해외 연계 서비스 개발을 위해 전향적으로 반출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2023년 신청에서 정부가 국가 안보를 근거로 거부했던 전례를 의식해, 이번엔 블러 처리나 저해상도 등 정부 요구 조건을 원칙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 업계는 보안시설에 대한 블러·위장 처리와 낮은 해상도 적용 등 핵심 조건이 실제 제안서에 포함됐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정부는 2016년 구글에 정밀 지도 반출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국내 서버 구축과 보안시설 위장·블러 처리를 일관되게 요구해왔다. 구글은 조건부 수용을 내세우면서도, 보안시설 좌표의 직접 제공을 전제로 삼아 국내 여론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지도 데이터와 위성 이미지를 직접 수정하는 책임을 실질적으로 해외 기업에게 넘겨야 하는 구조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반면, 애플은 정부 안보 가이드라인을 수용하겠다는 적극적 태도로 그간 고착된 협상 국면에 변화를 안겼다.
이 이슈는 단순한 기술적 논의를 넘어 경제외교와 시장질서에도 파장을 예고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매년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 제한을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지목했고, 관련 업계 단체들은 민관 합동으로 압박을 가해왔다. 만약 정부가 애플의 전향적 조건 수용을 이유로 반출을 허락하고 반대로 구글 신청을 유보하거나 거부한다면, 글로벌 표준 적용을 고수해온 구글에도 새로운 전략 수정이 요구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수용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정부가 디지털 무역 마찰을 일부 완화하고, 동시에 국내 보안 질서의 확실한 관철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조건 수용이 현실화된다면 정부의 거부 명분이 희박해진다. 오히려 구글이 설득력 있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면, 시장 경쟁력에도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오는 8월과 9월 각각 구글과 애플의 지도 반출 심사를 마무리할 방침인 가운데, IT 거버넌스의 새로운 기준이 형성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