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 앞두고 경찰 수사조직 대폭 확대”…경찰, 수사주도권 확보 노림수 주목
검찰청 폐지를 놓고 정치권이 격돌하는 가운데, 경찰이 대규모 수사조직 재편에 나서며 수사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형사사법 체계 재편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찰·검찰 간 권한 배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찰청은 올해 하반기 전국 시도경찰청 수사 부서에 433명을 충원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기존 473명에서 180명 늘어난 653명으로 조직을 대폭 확대한다. 광역수사단은 일선 경찰서의 역량을 넘어서는 복잡한 사건과 정치인, 기업체, 공직자 등의 부패 수사를 전담하는 중추적 조직이다. 검찰의 특별수사부에 비견되는 만큼, 경찰의 중대 사건 대응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증원된 인원 중 100명은 피싱사기수사대에 배치된다. 또 금융범죄수사대는 30명이 추가 배치되며, 이 조직은 무소속 이춘석 의원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 등 파급력 큰 사건들을 맡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 산하에는 피싱범죄수사계가 신설되고, 중요경제범죄수사 인력도 70여명 증가한다.
경찰청은 이러한 조치가 ‘수사역량 강화 로드맵’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리딩방 사기 등 다중 피해 범죄와 건설 현장 중대 재해 사건 등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경찰의 조직·인력 확대가 검찰청 폐지와 맞물려 권한 분산 과정에서 경찰이 중대사건 수사공백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검찰청이 폐지되고 중대범죄수사청이 신설되기 전까지, 부패·권력형 범죄에 대한 수사 권한이 경찰로 대거 넘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약 300만 피해자가 발생한 롯데카드 해킹 사건에서도 경찰이 “인지 수사에 착수했다”며 검찰보다 먼저 행보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수사권한 재편 국면에서 경찰의 빠른 조직 확장에 정치권과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 권력의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경찰 수사에 대해 실효적 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국가수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검사가 직접 감독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치권은 검찰개혁과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격론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청 폐지 관련 법안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될 전망이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 재편 방향이 향후 정국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