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사려다 멈춘 손가락”…예스24 랜섬웨어 사태에 일상도 멈췄다
요즘은 퇴근길에 전자책 한 권 고르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서점에 직접 가야 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터치 한 번이면 어느 곳에서나 독서가 생활이 됐다. 이런 평범한 책 읽기의 리듬이, 랜섬웨어 사태로 다시 한 번 흐트러졌다.
11일 새벽, 예스24가 외부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홈페이지와 전자책 서비스 등이 모두 먹통이 됐다. SNS에는 “결제 중단, 전자책 열람 불가” 등 당황한 이용자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평소 출퇴근이나 잠자기 전 전자책을 읽던 김 모 씨(34)는 “읽던 소설의 결말을 눈앞에 뒀는데 갑자기 서비스가 끊겨 허무했다”고 토로했다. 최근 판타지 소설, 자기계발서를 온라인에서 구입해온 직장인들에게는 갑작스런 ‘일상 멈춤’이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2024년 전자책 시장은 전년 대비 12% 성장했다. 종이책 판매는 줄었지만, 모바일 독서 인구와 온라인 구매는 꾸준히 늘고 있다. 그만큼 ‘디지털 서점’의 역할과 영향력은 더 커졌다. 반면 연이어 노출되는 사이버 공격에 불안감도 따라붙고 있다. 예스24도 지난 6월 한 차례 랜섬웨어 피해를 겪었다.
IT 보안 전문가 김성훈 씨는 “디지털 독서는 일상과 맞닿아 있다. 사이버 위협이 반복되면 단순 서비스 문제가 아닌, 이용자의 신뢰와 정보보호에 대한 걱정도 깊어진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랜섬웨어 피해 이후 이용자 커뮤니티에는 “개인정보가 유출될까 두렵다”고 느낀 이들이 많았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책 한 권 마음 편히 사는 것도 이젠 걱정”, “디지털 전환이 편리했던 만큼 이런 불안도 따라온다”는 글들이 줄을 잇는다. 불편과 불안이 뒤섞인 요즘, 종이책을 다시 찾으려는 이들도 생겼다. “일단은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사야겠다”는 체험담도 보인다.
예스24는 빠른 복구를 약속했지만, 사소하고 익숙한 라이프 사이클이 의외로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다. 책을 통해 나만의 시간을 누려왔던 사람들에게, 이번 랜섬웨어 사건은 디지털 일상의 한계를 새삼 생각하게 했다. 작고 사소한 클릭 한 번에도,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