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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세계속으로, 전설 따라 걷다”…체코의 봄 축제 현지감성→삶을 적시는 민속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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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세계속으로, 전설 따라 걷다”…체코의 봄 축제 현지감성→삶을 적시는 민속의 향연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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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비추는 체코의 한복판, ‘걸어서 세계속으로’가 고요한 아침을 걷기 시작했다. 프라하의 구시가지 골목마다 깃든 전설은 맑은 종소리와 수백 년의 고요한 무게로 출연진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현지의 봄 축제와 전통은 그저 멀리서 구경하는 풍경이 아니라, 마치 삶에 녹아드는 따뜻한 숨결처럼 다가왔다.  

 

체코 프라하의 시계탑에서는 정오마다 아련하게 종이 울리며 12사도의 행렬이 펼쳐진다. 구시가지 교회를 따라 걷는 동안, 과학과 신비의 경계에서 머무르던 중세의 흔적이 섬세하게 되살아난다. 황금 소로의 끝에는 연금술사의 비밀스러운 방과 시간이 멈춘 듯한 골목이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봄 축제와 전설의 행렬…‘걸어서 세계속으로’ 체코 현지 취재, 민속의 숨결→삶에 녹아든 전통 / KBS
봄 축제와 전설의 행렬…‘걸어서 세계속으로’ 체코 현지 취재, 민속의 숨결→삶에 녹아든 전통 / KBS

모라비아 지역에 들어서면 블치노프 마을은 완연한 봄을 맞이한다. 소년이 전설 속 왕이 되고, 청년들은 화려한 복장을 갖춰 마을 가장을 호위하며 동화같은 하루를 보낸다. 이때 마을 사람들은 모두 거리로 나와 행렬에 환호를 보내고, 중세부터 이어온 전통이 현실의 축제 속에서 숨을 쉬듯 살아난다.  

 

길을 옮겨 브르노의 양배추 광장 아래로 내려가면, 미로 같은 저장고와 깊고 어두운 납골당이 지하세계의 또 다른 역사를 말없이 증명한다. 이곳에는 전쟁의 그늘, 장인과 상인의 삶, 그리고 시간의 무게까지 깃들어 있다. 지상에서의 소란과 대조적으로 지하에는 체코의 뿌리 깊은 삶이 차분히 고여 있었다.  

 

작고 평화로운 슈다니체 마을에서는 한국 문화 팬과 현지 가족이 함께 감자를 다듬어 체코 전통 음식을 만들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스코치나 춤을 배우는 모습이 펼쳐졌다. 가족과 마을이 하나가 돼 함께 웃고, 어른들은 아이들을 품에 안아 전통을 직접 물려주는 진한 정서가 화면을 타고 전해졌다.  

 

마지막으로 라즈노프 포트 라드호슈템에서 열리는 메이폴 축제는 봄과 여름의 경계에서 새로운 생명을 예감하게 했다. 마을 남녀노소가 기둥을 쓰러뜨리며 함께 노래하고, 사랑의 리본을 주고받는 장면은 영원한 청춘과 전통의 의미를 한데 모았다. 축제의 환희와 시작의 기운 속에 마을의 서사와 전설이 오늘도 새롭게 심어진다.  

 

오래된 역사가 삶 속에 살아 움직이는 체코의 이방적 풍경, ‘걸어서 세계속으로’는 도시와 들판을 넘나들며 600년 전통의 진면목을 카메라에 담았다. 메마른 유럽풍의 도심에서는 공기 속에 스민 민속의 향취가, 조용한 시골 골목에서는 세대를 잇는 온기가 미묘하게 스며났다. 바람 결 따라 이어진 사람들의 꿈과 현재, 그리고 전통의 깊은 울림은 오는 6월 28일 토요일 아침 9시 40분 KBS에서 확인할 수 있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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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세계속으로#체코#봄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