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자율 규제 필요성 부각”…시장 혁신과 경쟁력 회복 분수령
유료방송 산업의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자율 규제 체계 수립이 산업 경쟁력 회복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의 정부 주도 규제 완화만으로는 산업 구조 전환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지적되며, 가입자 기반 플랫폼 경쟁을 해칠 수 있는 관행적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송법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ICT와 플랫폼 융합 시장의 실질적 환경 변화에 맞는 혁신적 정책 방향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박성순 배재대 교수는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유료방송시장 위기 심화에 따른 규제 개선 및 진흥방안’ 토론회에서, 유료방송 산업이 난시청 해소라는 역할을 넘어 시장 주체로서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확립할 시점에 왔다는 견해를 내놨다. 박 교수는 “공공성과 산업성이라는 두 가치를 모두 만족시키기 어렵다면, 정책적으로 명확히 분리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재허가 절차 간소화, 허가에서 등록으로의 전환, 요금·약관 신고제 도입 등 자율 규제 방안 마련을 강조했다. 또한, 광고 규제 및 심의 규정 적용의 모호성 해소와 채널 편성 자율성 확대 역시 주요 대안으로 제시됐다.

홈쇼핑 업계의 위기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쿠팡, 알리, 테무 등 글로벌 이커머스의 급성장으로 홈쇼핑 사업자는 2023년 영업이익이 36.2% 감소하는 등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온라인 커머스는 시장 자율에 따라 운영되지만, 홈쇼핑은 여전히 방송법과 정부 승인 중심의 엄격한 규제 환경에 놓여 있어 기업 간 경쟁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매년 반복되는 실적 점검주기, 중소기업 편성비율 의무 등 정책 요건의 탄력적 완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케이블TV 업계 역시 가입자 기반 플랫폼임에도 부가서비스 도입에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OTT 및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는 게임, 커머스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자유롭게 제공하지만, 유료방송은 동일한 시장 환경에 진입하지 못하는 구조적 제한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규제 격차가 시장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최근 글로벌 콘텐츠·플랫폼 시장에서는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OTT 등 새로운 사업자에게도 비교적 자율적 규제 환경을 적용해 산업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반면, 국내는 여전히 전통 방송매체 중심의 규제 프레임이 주를 이뤄 정책 혁신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방송법, 미디어 산업 정책 등 제도화 쟁점도 미래 서비스 환경을 고려해 시장의 자율성 확보와 기술 혁신 연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ICT 환경에서 유료방송, 홈쇼핑 등 기존 산업 플레이어의 역할과 책무를 재정립하는 동시에, 데이터·광고 규제 등 현장 규제 완화가 병행될 때 ‘미디어 산업 패러다임 전환’이 가능하다고 진단한다.
산업계는 이번 논의가 실질적 제도개선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산업 구조, 정책과 공공성 간 균형이 향후 산업 재편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