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4조 재산분할 뒤집힌 SK 이혼소송”…대법, 노태우 비자금 쟁점 지적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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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1조3천808억원 규모 재산분할 소송이 대법원 판단으로 원점에서 다시 심리된다. 16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심 판결에 대해 “노태우의 비자금이 뇌물로 조성됐고, 이 자금이 SK그룹의 재산 형성에 유입된 점이 충분히 변론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대법원은 2심에서 판결된 20억원 위자료 액수는 인정했고, 해당 부분에 대한 최 회장 측의 상고는 기각했다. 이에 따라 위자료 20억원 지급만 확정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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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분할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노소영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태원 회장의 부친인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지원한 300억원의 자금 출처와 성격이었다. 대법원은 "이 돈이 노태우의 대통령직 수행 과정에서 받은 뇌물로 보인다"며, "이 자금이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제공된 것은 명백히 반사회적 행위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노 관장 측의 기여로 SK그룹이 형성됐다"고 판단해 기존 1심보다 20배 이상 많은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을 인정했다. SK그룹 지분 역시 분할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과정에 비자금의 기여가 어느 정도였는지, 기여가 인정될 법적 근거가 충분한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결혼해 세 자녀를 뒀으나 2015년 최 회장이 혼외자를 공개하며 파경을 맞았다. 2017년 이혼 조정이 불발된 뒤 2019년부터 노 관장이 맞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적 다툼이 이어져 왔다. 2022년 1심에서는 위자료 1억원과 665억원 재산분할이 인정됐으나, 2심에서 20억원 위자료와 1조3,808억원 재산분할로 크게 늘어 주목을 받았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재산분할 범위와 SK그룹 지분의 분할 여부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다툼을 벌이게 됐다. 노태우의 비자금 유입과 그 법적 책임 문제도 재조명되는 가운데, 사회 일각에서는 “역대 정권 비자금이 혼인 및 가정의 사적 영역에서 어떤 법적 의미를 갖는지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법적 공방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재산 형성 과정의 불투명성과 권력형 자금 유입 문제가 비춰지며, 재산분할 합리성·도덕성 논란이 확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해당 사건은 권력, 재벌, 혼인 등 다양한 사회 시스템의 교차 지점에서 남은 후속조사와 재심리를 앞두고 있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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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노소영#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