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없는 법안 상정시 전면 필리버스터"…국민의힘, 민주당 압박 수위 최고조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정기국회 마지막 날까지 격돌했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연내 쟁점 법안 처리를 포기하라고 요구하며, 합의 없는 본회의 상정 법안에 대한 전면 필리버스터 방침을 공식화했다.
국민의힘은 9일 국회 본회의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여야 합의 없이 상정하는 모든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정기국회 회기가 이날 밤 자정 종료되지만, 회기 내에는 가능한 모든 절차를 동원해 쟁점 법안 저지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각종 쟁점 법안을 이번 달에 처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지 않는 한 본회의에 상정하는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해 악법들의 문제점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여야 합의 없는 안건이라면 비쟁점 법안도 예외로 두지 않겠다는 경고다.
앞서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전날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더불어민주당이 쟁점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지 않겠다는 선언이 없을 경우 향후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실시키로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아울러 필리버스터 발언자 명단과 본회의장 지킴조 편성 계획도 함께 전달해 조직적인 대응 태세를 갖춘 상태다.
다만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회기 종료와 동시에 자동 종료된다. 국민의힘도 이날 자정 정기국회 회기 종료 시점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되, 이후 정국 구도와 추가 임시국회 소집 여부 등에 따라 후속 대응 수위를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이른바 사법개혁 관련 법안을 핵심 쟁점으로 지목했다. 사법개혁 법안 등 쟁점 현안을 연내 처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요구하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비쟁점 법안에 대해서도 전면 필리버스터를 통해 여권이 보는 법안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설명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입장 발표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송 원내대표는 "전체주의 국가를 꿈꾸는 게 아니라면 8대 악법을 포기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이 규정한 8대 악법에는 내란전담재판부, 법왜곡죄, 대법관 증원, 4심제 도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 확대 법안 등 이른바 사법 파괴 5대 악법과 정당 현수막 규제, 유튜버 징벌적 손해배상제, 필리버스터 제한 법안 등 국민 입틀막 3대 악법이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이 법안들이 사법 질서와 정치 표현의 자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송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악법을 올해 안에 강행 처리한다고 공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법들은 야당과 국민의 입을 틀어막고 사법부를 장악하고 정권의 직속 수사기관을 강화하고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전체주의 구축법"이라고 비판했다. 여권이 법안 성격을 전체주의 구축이라는 강한 표현으로 규정하면서 여야 간 수사와 입법 철학의 간극도 한층 도드라진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의회 내외 투트랙 투쟁을 예고하며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송 원내대표를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만간 국회의사당 안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할 계획이다. 국회 안에서 상시 장외 투쟁 거점을 마련해 쟁점 법안 저지 의지를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지역 조직도 동원된다. 국민의힘은 전국 253개 당원협의회 차원에서 10일부터 각 지역에 현수막을 게시하고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중앙당의 필리버스터와 병행해 지역별 여론전을 확산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권은 쟁점 법안이 갖는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며 향후 총선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로 키울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사법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제도 개선, 표현의 자유와 악성 허위 정보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입법을 추진해 왔다. 여당이 악법으로 규정한 법안을 두고, 민주당은 사법 정의 확립과 공정한 언론 환경 조성, 정치개혁을 위한 조치라는 취지로 설명해 왔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전체주의, 입틀막 등 강렬한 표현을 동원해 맞서면서 양측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기국회 회기 종료가 임박한 만큼 당장 표결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더불어민주당이 후속 임시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추진할 경우 여야 충돌은 재연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천막농성, 지역 1인 시위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서면서 향후 국회는 장기 공전과 극단 대치를 반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날 국회는 정기국회 종료 시점을 앞두고 필리버스터와 쟁점 법안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정치권은 사법개혁과 표현 규제 법안을 두고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정국은 임시국회와 내년 총선을 향해 거센 입법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