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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원, 서태후 47년 권력의 서사 압축”…셀럽병사의 비밀→인간의 욕망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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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원, 서태후 47년 권력의 서사 압축”…셀럽병사의 비밀→인간의 욕망 어디까지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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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빛과 밝은 에너지로 막을 연 이찬원은, 셀럽병사의 비밀을 통해 서태후의 그림자를 폭넓게 담아냈다. 문정희가 서늘한 카리스마로 서태후의 내면을 조각했다면, 이찬원은 해설자의 시선에서 권력을 움켜쥔 여인의 삶을 입체적으로 해부했다. 청나라 말기 47년, 숨죽인 궁궐 안에서 탄생했던 절대권력, 서태후. 그녀의 삶은 사치와 무게, 아름다움과 허망함이 충돌하는 정점이었다.

 

이날 방송은 역사를 단순히 정보로 풀어내지 않았다. 이찬원은 서태후가 남달리 사치스런 일상을 택한 배경, 그리고 한 끼 식사 120가지 메뉴와 같은 믿기 힘든 장면들까지 세세히 설명했다. 두 번 입에 대지 않는 음식, 매 순간 독살을 경계했던 소름 끼치는 생활 방식, 생존의 본능 위에 꽃피운 사치가 결국 권력의 불안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 닿았다.

이찬원 / KBS2 셀럽병사의 비밀
이찬원 / KBS2 셀럽병사의 비밀

오래된 궁궐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누구보다 아름답고, 그 누구보다 영리해야 했다. 서태후가 젊고 아름다운 외모에 집착하던 모습, 모유로 노화를 막고 새의 배설물로 얼굴을 마사지했다는 환상 같은 이야기는 화려함 너머에 감춰진 인간적인 두려움이었다. 그녀는 황제조차 압도한 힘으로 조카들을 잇달아 제위에 올리며 청나라를 움직였으나, 마음속에는 권력에 대한 절박한 갈망이 놓이지 않았다.

 

방송은 그녀가 환갑 잔치를 위해 나라 재정의 3분의 1을 쏟아부을 만큼, 세상 위에서 군림한 사치의 아이러니를 담아냈다. 그러나 절정의 순간에도 끝은 다가왔다. 이찬원은 서태후가 사치스러운 마지막 생일날, 지나친 과식 끝에 위중해지며 생을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무대와 절대적인 힘도 노화와 죽음을 거스를 수 없는 순간, 권력자의 허상이었을 뿐임을 조용히 되짚었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 이찬원은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 아닐까"라고 말하며, 사치의 끝에 선 인간이 결국 삶에 대해 다시 묻게 되는 순간을 만들어냈다. 셀럽병사의 비밀은 권력의 본질, 인간의 공허함과 욕망, 그 대비 속 따뜻한 성찰을 시청자의 마음에 깊이 남겼다.

 

문정희의 치밀한 연기와 이찬원의 섬세한 해석 덕분에 단순한 역사 다큐멘터리가 아닌, 역사와 인간의 서사를 품은 감정의 여정이 완성됐다. 매회 인물의 삶을 따라가며 ‘병사’의 의미를 짚는 이 프로그램은 이번에도 죽음보다는 오히려 삶의 의미를 돋보이게 했다.

 

이찬원의 내레이션은 권력과 인간, 시대와 개인 사이에 맺힌 공허함과 반성을 탁월하게 이끌었다. 셀럽병사의 비밀은 매주 화요일 KBS2에서 방송된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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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원#셀럽병사의비밀#서태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