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도 휘감는 고흥”…여름 피서지, 실내 복합공간과 바다로 ‘열기 탈출’
요즘 고흥처럼 ‘습하고 더운’ 여름을 온몸으로 체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예전엔 단순히 ‘날씨가 더워졌다’고 지나쳤지만, 이제는 어디서 어떻게 피서할지까지 꼼꼼히 고민하는 계절이 됐다.
고흥군에는 날이 흐려도 한낮 기온이 32도 안팎에 머물고, 체감온도까지 더해지면 33도 이상을 오르내리는 여름날이 이어진다. “살면서 이런 후텁지근함은 처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세하게 흐린 날에도 숨이 턱 막히는 더위가 찾아온다. 기온만이 아니라 높은 습도에, 밤에도 식지 않는 열기로 주민들은 ‘여름나기 아이디어’를 나누는 중이다.

이런 변화는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기상청은 최근 고흥의 밤 기온이 25도를 웃돌며 열대야와 비슷한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자외선 지수도 결코 안심할 수 없을 만큼, 흐린 날에도 햇볕 사이사이 강렬한 빛이 스며든다. 그만큼 외출 준비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실내와 실외를 넘나드는 복합형 피서지가 주목받는 현상도 흥미롭다. 고흥의 대표적 관광지인 나로우주센터는 실내 전시관과 체험 공간을 두루 갖춰, 한낮의 더위 걱정 없이 천문과 우주를 가까이 느낄 수 있다. 덥고 습한 계절에 아이들과 실내에서 배우는 경험을 선호하는 가족들에게는 단골 나들이 코스가 됐다.
바로 곁에는 바닷바람이 반가운 곳도 있다. 남열해돋이해수욕장은 잔잔한 파도와 푸른 해안이 펼쳐져 있어, 간이 텐트 하나만 챙겨도 가족 단위 피서객들의 피로를 단번에 풀어준다. 인근 캠핑장과 산책로도 여름의 동반자가 됐다. SNS에는 “고흥 바닷가에서 보내는 하루, 생각보다 더 시원했다”는 피드백이 이어진다.
한편, 한적함을 원한다면 연홍도를 찾는 이도 많다. 벽화마을로 유명한 이곳에선 예술과 바다 풍경이 어우러진 독특한 여름을 만난다. 시원한 실내를 원한다면 고흥분청문화박물관도 숨은 명소다. 도자기와 예술품 감상에 빠져, 밖의 더운 공기를 잠시 잊게 해준다.
전문가들은 “최근 피서의 개념은 단순히 무더위를 견디는 차원을 넘어, 나만의 경험과 휴식을 함께 찾는 시대로 바뀌었다”며 “실내외를 아우르는 복합 관광 트렌드가 점점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실제로 각 지역 커뮤니티에선 “아이 때문에 피서 계획이 늘 복잡해졌는데, 우주체험센터나 박물관처럼 실내에서 시간 보내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는 고백도 들린다.
결국, 사소해 보이는 ‘피서 장소’의 선택이 우리의 하루, 그리고 계절의 기억을 바꾼다. 지금 고흥을 찾는 이들은 단순한 휴가객이 아니라, 변화하는 여름 문화를 몸소 체험하는 이들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