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S 폐지로 협업연구 길 열린다”…생명硏, AI 기반 바이오 혁신 가속
연구과제중심제도(PBS)가 폐지되면서 국내 바이오 연구의 협업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권석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硏) 원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PBS 폐지가 출연연구기관의 대규모 협업연구에 장애였음을 공식적으로 지적하고, 폐지 이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조직변화와 신전략 마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PBS는 각 연구자에게 별도 과제를 부여해 성과 위주로 평가하는 제도로, 부처 및 과제 단위 연구에 집중하는 경향을 낳았다. 업계에서는 협업에 기반한 융합 연구, 장기 프로젝트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권 원장은 “출연기관이 대학보다 협업·융합연구에 유리한 구조를 갖췄지만, PBS가 조직 내외 협업을 제약했다”고 평가했다. TF 단장도 직접 맡아, 조직 내 변화와 전략 수립을 이끌고 있다. 실제로 생명硏은 내부 부서 및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충남대학교, KGC 인삼공사 등 외부기관과의 공동연구 프레임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체제 전환은 인공지능(AI) 혁신 바람과 맞물리며 바이오산업의 디지털 대전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생명硏이 제시한 4대 발전전략 역시 AI와 바이오 융합을 전면에 내세웠다. 혁신·도전적 연구개발(R&D) 촉진, 첨단바이오 글로벌 역량 강화, AI-바이오 디지털 혁신 주도, 바이오 기술산업화 촉진이 핵심이다. 권 원장은 AI 활용 연구생태계 조성에 대한 ‘AI 마스터 플랜’을 공개하며, 방대한 양의 고품질 데이터 확보, AI 활용역량 제고에 무게를 실을 방침임을 강조했다. 바이오 연구실별로 축적된 데이터를 개방·공유하는 체제 전환, AI 기반 신약개발·유전체 분석 역량 강화 등 구체적 실행 방향도 언급했다.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는 미국 NIH, 유럽 EMBL-EBI 등 선진 연구기관들이 대형 융합연구에 AI 및 대형 데이터셋을 본격 투입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역시 PBS 폐지로 협업 인프라 확빌이 가능해지면서, AI-바이오 융합 프로젝트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연구 데이터의 품질관리, 개인정보 보호 등 적절한 윤리 및 데이터 규제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산업계는 “협업 기반 AI-바이오 혁신이 실제 시장과 산업에 안착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연구 구조의 변화와 제도·윤리의 균형이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성장 조건으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