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무산 공식화”…이재명·트럼프, 대화 의지 재확인

북미 정상회담 무산을 두고 한미 정상이 대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29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으나, 북한이 마지막까지 명확한 회신을 하지 않으면서 회담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가진 한미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심을 아직은 제대로 다 수용하지 못해 불발되긴 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회담에 응하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대화 재개의 문은 계속 열려 있음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우리는 정말 시간을 맞추지를 못했다"며 북미 정상 간 회동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는 앞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남을 위해 방한 일정을 연장할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이번엔 북한의 미온적 태도와 상황 변화가 주된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하기 수 시간 전에,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 사실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북미 대화에 대한 북한식 거절 메시지로 해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늘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으로 (북미 대화에) 의지가 없다는 것을 북한식으로 대답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북한이 공식적으로 침묵을 유지하고 있으나, 비공개 채널을 통해 미측에 정상회담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 정상은 회담 불발 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대화는 지속돼야 한다"는 의지를 공동으로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전략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해 "그(김정은)는 수십년간 미사일을 발사해왔고 또 다른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일축했다. 이어 머지 않은 미래에 북한과 만나겠다는 뜻을 거듭 드러내며,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편 이번 한미정상회담 공식 발언에서는 '비핵화' 직접 촉구는 등장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동 불발 사유를 '시간 맞추기'로 규정한 대목에서, 미국이 전제조건 없이 만남을 추진하겠다는 기조가 재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중국, 러시아와 연대를 강화한 만큼, 비핵화 조건 하에 한미가 실질적 유인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대화 모멘텀을 다시 만들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내놨다. 홍민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미국과의 대화를 협상 아닌 상호 대등한 핵보유국간 소통으로 보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해석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 무산에도 불구하고, 한미 정상은 대화의 문을 계속 열어둘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과 북한 간 고위급 소통이 언제 재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