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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급여화 본격화”…간호사 중심 통합돌봄 요구 확산

신도현 기자
입력

요양병원 간병비의 건강보험 급여화가 내년 본 사업 시행을 앞두고 제도 설계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와 의료계는 간병비를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간호와 요양, 돌봄 전반을 묶는 통합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간호사를 중심에 둔 의료 연계 돌봄 모델이 확립되지 않으면 간병서비스의 질과 환자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이번 급여화가 향후 통합돌봄 제도 시행과 맞물려 의료·돌봄 체계 재편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30일 국회에서 간호·요양·돌봄 통합체계 구축을 위한 요양병원 혁신 및 간병 급여화 토론회를 열고 건강보험 급여화의 구체적 방향을 논의했다. 토론회에서는 간병 급여화가 단순 비용 지원을 넘어 서비스 질 향상과 의료 인력 구조 개편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데 참석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야 의원들은 간병을 더 이상 개인과 가족이 감당할 영역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적 과제로 규정하며, 제도 설계 과정에서 간호사의 역할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이수진, 남인순 의원은 간병 과정에서 간호사에게 과도하게 전가된 행정 업무를 줄이고, 사적 간병인에 대한 법적 관리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법적·제도적으로 보호받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같은 당 백혜련, 서영석 의원은 요양병원이 단순 장기입원 시설이 아니라 환자의 지역사회 복귀를 돕는 회복 거점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짚었다. 2026년 통합돌봄 제도 시행에 맞춰 요양병원 간호 인력 구조를 재설계하고, 간호사 1인당 환자 배치 비율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간병 급여화로 환자 유입 구조가 바뀌는 상황에서 기존 인력 기준으로는 의료의 연속성과 재활 중심 돌봄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도 요양병원의 역할 재정립을 주문했다. 두 의원은 요양병원이 단순 돌봄 시설이 아닌 의료 제공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간병 인력의 고령화와 불안정한 고용 구조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급여화 정책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간병 인력에 대한 표준 교육, 경력 관리, 근로조건 개선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를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구조 개혁으로 평가했다. 동시에 간호사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관리와 감독 체계가 제도의 핵심 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사가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의료진과 간병인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맡아야만, 건강보험 재정 투입이 실질적인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발제를 맡은 서영자 효사랑가족요양병원 간호부원장은 현장의 인력 상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현재 요양병원 다수에서 간호사 1명이 40명에서 50명에 이르는 환자를 동시에 담당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급성기 치료를 막 마친 중증 환자와 다질환 고령 환자가 요양병원으로 유입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현행 인력 기준은 안전한 간호·간병 제공에 한계가 명확하다고 평가했다. 서 부원장은 인력 배치 기준 상향 없이 간병 급여화를 추진할 경우 간호사의 업무 과중과 이직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며, 의료 중심 요양병원 혁신의 선결 조건으로 간호사 배치 상향을 제시했다.

 

황라일 신한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요양병원 간병의 특성을 생활 보조를 넘어선 의료 연계 돌봄으로 규정했다. 황 교수는 만성질환과 치매, 뇌졸중 후유증 등 복합적인 건강 문제를 가진 노인 환자가 다수인 만큼, 투약 관리, 욕창 예방, 낙상 위험 평가 등 의료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 간병 전체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환자 상태를 가장 잘 파악하는 간호사가 간병 인력을 통합 관리하는 체계가 구축돼야 서비스 질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적·제도적 쟁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좌장을 맡은 함명일 순천향대학교 보건행정경영학과 교수의 진행으로 열린 토론에서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는 간병 관리 의무 강화를 계기로 의료기관의 법적 책임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환자 안전사고나 간병인의 과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귀속이 불분명하면 요양병원의 부담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어, 사회보험 차원의 위험 분산 장치와 표준 계약 모델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장석용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간병인의 교육과 품질 관리를 위한 간호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요양병원 간병인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 관리와 감독을 위해 교육전담 간호사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간호계 내부에서도 환자 안전과 서비스 질 제고를 위한 교육과 연구를 강화해, 급여화 제도가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간병 급여화의 구체적인 설계 방향을 공개했다. 공인식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지불혁신추진단장은 중증·복합질환 장기입원 환자를 중심으로 간병 인력 1 대 4 배치와 3교대 근무를 기본 모델로 한 급여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간병 인력의 질을 관리하기 위해 교육전담 간호사에 대한 비용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며, 관련 예산과 지불체계 개편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장 의견을 추가로 수렴한 뒤 2026년 하반기까지 본 사업 방안을 확정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이번 논의는 간병 급여화가 건강보험 재정 투입 여부를 넘어, 고령사회 의료·돌봄 인프라를 어떻게 재구성할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특히 간호사 중심 관리체계, 간병 인력의 전문성 강화, 법적 책임 구조 정비가 어떤 균형으로 설계되느냐에 따라 제도의 실효성이 갈릴 전망이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간병 급여화가 실제 현장에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통합돌봄 모델로 안착할 수 있을지 향후 정책 결정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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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간호협회#요양병원간병급여화#보건복지부